이회창-이인제-김용환씨 "충청을 잡아라" 물밑경쟁

  • 입력 1999년 9월 5일 19시 42분


연내 내각제 개헌 포기 이후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의 위상에 ‘이상징후’가 생기면서 ‘충청권 패권’을 넘보는 물밑 다툼이 치열하다. 특히 김총리가 5일 자민련 복귀 시점을 내년초로 못박아 ‘JP 이후’를 노리는 인사들의 ‘세싸움’이 더욱 가열되는 분위기다.

○…김총리에게 도전장을 낸 사람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 국민회의 이인제(李仁濟)당무위원, 자민련 김용환(金龍煥)전수석부총재 등 3명. 모두 충남에 연고(이총재는 예산, 이위원은 논산, 김전수석부총재는 보령)를 두고 있는 이들은 JP의 영향력 약화 틈새를 파고들며 내년 4월 총선에서 충청권 입지 확보를 위한 본격행보에 나섰다.이총재는 최근 백남치(白南治)의원을 김전수석부총재에게 보내 제휴의사를 타진했다. 96년 정치입문 이후 ‘텃밭 없는 설움’을 절감하는 이총재로선 JP를 딛고 충청권 대표로 부상하려면 JP와 결별 상태인 김전수석부총재의 도움이 절실한 처지이기 때문.

김전수석부총재는 이에 대해 “나중에보자”며일단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는 후문. 그러나 그는 요즘 내각제보다는 ‘3김시대 종식’ ‘1인 보스 중심의 정치구도 타파’ 등에 집착하고 있어 향후 정국변화에 따라 이총재와 연대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위원은 지난 1일 기자들에게 내년 총선에 대전이나 고향인 논산에서 출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6일 경기 용인시장 보궐선거 지원에 나서 이 지역 충청권 유권자들의 표 결집을 시도할 예정이다.

이위원은 ‘내년 총선에서 여권이 승리하기 위해선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합당이 불가피하다’는 생각. 국민회의에 소속되어 있는 그의 입장에선 공동여당이 한 살림을 차려야 JP와 맞붙는 양상을 피한 채 자연스럽게 충청권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

이위원은 그러면서 국민회의의 신당창당 추진에는 동참하지 않는 등 독자행동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이 때문에 본인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위원과 김전수석부총재가 회동했다는 등의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반면 김전수석부총재는 JP가 결국에는 국민회의와의 합당을 선택할 것으로 보고 일단 거취를 유보한 상태다. 그는 강창희(姜昌熙) 이인구(李麟求) 김칠환(金七煥)의원 등 JP와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충청권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당분간 정국변화를 지켜본 뒤 행동을 같이 하자”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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