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유도 청문회/화제]김태정-이건개씨의 인생유전

  • 입력 1999년 8월 31일 19시 42분


31일 국회 조폐공사 파업유도 청문회에 증인으로 선 김태정(金泰政)전법무부장관과 자민련측 위원인 이건개(李健介)의원의 뒤바뀐 처지는 ‘인생유전(人生流轉)’을 실감케 했다.

김영삼(金泳三)정부 출범초기인 93년 5월27일 오후 당시 대전고검장이던 이의원은 슬롯머신 사건과 관련해 대검청사에 소환됐다. ‘사정정국’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거물급 피의자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돼 구속될 당시의 대검중수부장은 바로 김전장관이었다.

당시 이전고검장은 “정덕진(鄭德珍)씨와는 일면식도 없다”며 혐의사실을 완강히 부인해 수사검사였던 황성진(黃性珍)중수2과장은 애를 먹었다.

김중수부장은 철야수사끝에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결정한 뒤 눈물을 흘리며 “선배님, 운명으로 받아들입시다”며 이전고검장을 설득했다.

이전고검장도 구속영장 청구사실을 통보받고 회한에 잠긴 표정으로 눈물을 흘렸다고 검찰관계자들이 전했다.

이같이 두사람은 6년전 수사책임자와 피의자로 만난 ‘악연(惡緣)’을 지니고 있다. 한나라당 서훈(徐勳)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증인은 대검중수부장으로 있던 93년 이 자리에 있는 이건개의원과 박철언의원 등을 조자룡 헌창쓰듯 구속하고…”라며 옛일을 상기시켰다. 그때 위원석에 있던 이의원은 멋쩍은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이의원은 김전장관이 최소한 진형구(秦炯九)전대검공안부장의 제삼자개입 행위는 알지 않았느냐고 추궁했다. 그는 “검찰총장이 (조폐공사 파업과 관련한)지휘지침을 내리지 않았다면 무능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그러나 이날 이의원의 공격은 예상만큼 강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김전장관은 6년전 “비록 개인적인 정에 얽매인다는 비난을 듣더라도 이전고검장이 구속수감되는 사진이 찍히지 않도록 하겠다”고 공언한 뒤 비밀통로로 이전고검장을 빼돌렸다. 그런 배려에 대한 ‘보답’이었을까.

〈최영훈기자〉c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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