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식-김인호씨 '환란 무죄' 선고…검찰, 즉각항소키로

  • 입력 1999년 8월 20일 19시 44분


97년말 ‘환란(換亂)’을 몰고 온 혐의로 기소된 강경식(姜慶植)전경제부총리와 김인호(金仁浩)전청와대경제수석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호원·李鎬元부장판사)는 20일 외환위기를 초래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4년과 3년씩이 구형된 두 사람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직권남용 혐의 일부만 유죄를 인정, 자격정지 1년에 2년간 형선고를 유예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이 조속히 IMF행을 결정하지 못한 점을 탓할 수 있을지 몰라도 관련증거를 종합해 볼 때 피고인들이 외환사정의 심각성을 축소 은폐보고했다는 증거나 고의성을 찾을 수 없다”고 무죄 선고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또 “특히 후임 부총리에 대한 업무 인수인계도 통상 부하직원에 의해 이뤄지는 데다 임창열(林昌烈) 당시 재정경제원장관도 IMF행 논의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만큼 직무유기 부분은 모두 무죄”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강씨에게만 적용된 외환시장개입 중단지시와 관련된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도 “압력을 행사해 한국은행 총재의 외환시장개입 권한이 방해됐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들이 97년11월 진도그룹에 1060억원, 97년10월 해태그룹에 1000억원의 협조융자를 해 주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진도와 해태에 대한 대출압력은 개인적 친분이나 대선을 앞둔 시점의 정치적 상황 등을 고려해 구체적이고 엄밀한 검토없이 협조융자를 지시, 채권은행장들에게 강력한 압력으로 작용된 점이 인정되는 만큼 유죄”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들이 협조융자로 이득을 취하지 않은 점 등을 감안, 형의 선고를 2년간 유예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강씨가 주리원백화점에 대출압력을 넣었다는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강, 김씨는 97년 10월말 윤진식(尹鎭植) 당시 청와대비서관과 한국은행 관계자들로부터 외환위기 상황과 심각성을 보고받고도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에게 이를 축소 은폐 보고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5월 구속됐다가 같은해 9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한편 검찰은 이들의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것을 “납득할 수 없다”며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최영훈·하태원기자〉c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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