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재 회견의도]'3金 대 1李' 차별화 노린다

  • 입력 1999년 8월 9일 19시 21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9일 기자회견의 초점을 ‘반(反)DJP 전선’ 구축선언에 맞췄다.

이총재는 이날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총리의 내각제 연내개헌 유보합의를 장기집권 음모로 규정하고 이를 분쇄하는데 모든 것을 걸겠다고 강조했다.

이총재는 ‘반DJP 투쟁’을 위한 정치적 좌표로 ‘3김정치’ 청산과 ‘제2창당’을 제시했다. 지역할거정치 패거리정치 보스정치 밀실야합정치 등 ‘3김정치’의 낡은 수법을 청산하지 않고는 21세기의 거대한 변화의 물결에 적응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나라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는 게 이총재의 주장이다.

이를 위한 첫번째 과제로 이총재는 DJP의 장기집권 음모 저지를 들었다. 현 정권의 장기집권 음모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유일야당인 한나라당이 중심이 돼 ‘반DJP 투쟁’을 벌여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내각제 연내개헌 유보로 사실상 내각제 개헌은 물건너 갔다는 게 이총재의 시국인식이다. 즉 ‘3김’과의 차별화에 성공할 경우 차기 대선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의미다. DJP에게 내각제 포기선언을 촉구하는 한편 대통령중심제 당론고수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총재는 또 ‘제2창당’을 통해 당풍을 쇄신, 여권에서 이탈한 민심을 끌어안는 동시에 당을 더욱 확실하게 장악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리고 그 방법론으로 당직개편과 신진인사 영입을 통한 당의 변모를 제시했다. 특히 보수적인 당풍에도 불구하고 중산층과 소외계층을 위한 국민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한 것도 지지기반 확대를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하지만 이총재가 ‘3김청산’과 ‘제2창당’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3김청산’을 강조하면서도 YS의 민주산악회 재건 움직임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못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이총재의 한계로 지적할만하다. 또 당직개편을 한다 해도 당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당내에서 제기된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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