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린 「新黨코미디」]공동정권 문제가 있다

  • 입력 1999년 7월 21일 19시 33분


17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의 회동을 계기로 여권 핵심부에서 신당창당론을 둘러싸고 벌어진 해프닝은 공동정권의 정국관리능력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이유는 분명하다. 공동정권의 대주주인 김대통령과 김총리가 각종 정치현안을 두 사람만의 전유물처럼 ‘밀실’에서 논의해온 결과다.

여기에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내각제 문제와 당세확장 등 ‘정치적 이해’ 때문에 갈등과 불신을 키워온 것도 한몫을 거들었다. 또 공동정권의 고질병으로 지적돼온 각종 현안에 대한 사전조율 기능의 부재도 이번에 또다시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20일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DJP 회동 사실이 알려진 뒤 여권 핵심인사들이 보여준 행태는 공동정권의 이같은 부정적 측면들이 모두 집약돼 표출된 결과로 볼 수 있다.

먼저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가 사태를 악화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박총재는 이날 오전 여권 수뇌부와의 사전조율없이 기자들에게 8월중 신당창당 가능성을 밝혀 여권의 신당창당을 기정사실화했다.

반면 김총리는 처음에 김대통령과의 회동 사실조차 부인했고 청와대도 신당창당 문제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않는 어정쩡한 태도를 보여 상황을 더욱 꼬이게 했다.

여기에다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사무총장 등 핵심당직자들은 평소와는 달리 박총재의 발언을 전제로 신당창당 시나리오를 ‘거침없이’ 털어놔 사태악화를 더욱 부추겼다.

이런 가운데 신당창당설에 대한 자민련 충청권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지는 등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돌아간다고 판단한 김총리는 국무회의를 마친 뒤 곧바로 총리공관으로 직행, 두문불출했다. 그러면서 김총리는 공관으로 자민련 일부 의원들을 불러 “연내 개헌은 어려우나 신당창당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 이런 식이면 정치고 총리고 뭐고 다 그만둔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리고 그는 곧이어 총재단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이 과정에서 박총재는 김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다들 맞다고 하는데 왜 김총리만 (신당창당 추진합의가)아니라고 하느냐”고 항의했다는 것.

김대통령도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고 판단했는지 오후4시40분경 양당 광역시도의원 초청 다과회가 끝난 후 박총재와 국민회의 이만섭(李萬燮)총재권한대행을 불러 이 문제를 논의했다. 이 무렵 청와대측도 신당 추진이 사실과 다르다고 공식 발표했다.

오후6시경 박총재가 김총리를 찾아가 “농담으로 한 얘기를 기자들이 시끄럽게 썼다”고 해명 겸 사과를 하면서 상황은 반전되기 시작했다. 오후6시반부터 시작된 자민련 총재단 및 당직자회의에서 김총리는 신당창당설을 부인하면서 총리직 사퇴의사를 표명했고 이 소식을 전해들은 김대통령은 전화로 김총리를 달랬다.

밤10시50분경 김총리는 자신의 얘기를 끝낸 뒤 당직자들만 남겨둔 채 회의장을 떠났고 박총재 주재로 계속 열린 회의에서 자민련 당직자들은 21일 청와대 3자회동을 열어 현안을 논의키로 결정하고 밤12시경 회의를 끝냈다.

21일 오전8시 청와대 DJT 회동에 이은 오전10시 김총리의 기자회견으로 하루동안 정국을 시끄럽게 했던 신당창당설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그러나 이번 해프닝은 또다시 공동여당의 한계를 드러냄으로써 현 정권의 부정적 측면을 심화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지배적 평가다.

〈양기대·송인수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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