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金대통령]취임 16개월만에 첫 사과

  • 입력 1999년 6월 25일 19시 14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25일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사과’ ‘반성’ ‘죄송’ ‘겸허’라는 말을 연방 되풀이한 것이다. 마치 민심에 ‘무조건 투항’이라도 하는 듯했다. 말그대로 확실하게 달라진 모습이었다.

김대통령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포괄적으로’ 국민앞에 사과의 뜻을 밝힌 것은 취임 후 1년4개월만에 처음 있는 일. 김대통령은 특히 “항간에 대통령이 민심의 소리를 듣지 않고 고집이 세며 권위주의적이라는 말이 있다”는 기자의 지적에 대해서도 두말없이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목소리를 낮췄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그런 내용의 질문이 나오면 표정부터 굳어졌던 것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면모가 느껴졌다.

지난달 몽골 방문 때도 기자간담회에서 “김태정(金泰政)전법무부장관의 인사가 잘못된 게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불쾌한 표정으로 서둘러 간담회를 끝냈었다.

그리고는 서울공항에 도착, 기자회견에서 김태정전장관 문제에 대해 ‘언론이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었다.

그러나 이날 김대통령이 보여준 모습은 “최근 김대통령이 상당히 많이 변했다”는 여권 관계자들의 얘기가 실감나게 했다.

청와대 참모들은 김대통령이 이날 간담회에 앞서 이미 ‘무조건 사과’의 입장을 정리했다고 전했다. 그만큼 ‘고급옷 로비의혹’ ‘그림로비의혹’ ‘파업유도의혹’ ‘손숙(孫淑)전환경부장관 격려금파문’ 등 악재가 겹치면서 악화될 대로 악화된 민심의 현주소를 실감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김대통령의 이같은 변모가 어느 정도 지속될지, 또 향후 정국상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일이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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