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차관급회담]北대표 「보리장마」발언 진의촉각

  • 입력 1999년 6월 23일 01시 20분


22일 남북 차관급회담에서 북측 대표단의 박영수(朴英洙)단장이 우리측 대표들에게는 생소한 ‘보리장마’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박단장은 이날 회담 벽두에 우리측 양영식(梁榮植)수석대표와 며칠째 이슬비가 내린 베이징 날씨 얘기를 하면서 “이 비가 잘못하면 보리장마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92년 북한에서 발간된 ‘조선말대사전’에 따르면 ‘보리장마’는 본격적인 장마철에 들어서기 전인 초여름 보리수확을 할 무렵에 지는 장마라는 뜻이다.

수확을 앞두고 지는 장마는 농민들이 반기지 않아 북한에서도 잘 사용하지 않는 ‘뜻이 좋지 않은’ 말이라는 게 북한출신 귀순자들의 설명.

실제로 북한의 소설에서도 ‘비탈밭의 보리가 시누렇게 되자 급기야 보리장마가 닥쳐들었다’(장편소설 ‘생명수’) ‘보리장마를 시작할 셈인지 요즘은 쩍하면 저렇게 심술이다’(단편소설집 ‘첫 발자국’) 등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박단장이 우여곡절 끝에 열린 남북 차관급회담에서 그같은 발언을 한 것은 일종의 ‘의도적인 무례’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그렇다면 북측이 이번 회담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가이표현에 함축돼 있다는 관측도 가능하다.

〈베이징〓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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