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換亂 내탓만은 아니다』…日대학강연서 주장

  • 입력 1999년 6월 4일 19시 26분


일본을 방문 중인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은 3일 저녁 기타큐슈의 한 호텔에서 내각제 개헌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임기론을 거론한 데 이어 4일에는 규슈국제대 초청강연에서 재임 중 국제통화기금(IMF)위기를 초래한 데 대해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이같은 YS의 행보를 놓고 여야 3당은 발언내용에 나름대로 관심을 기울이면서 제각각 다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선 전직대통령이 해외에서 국내문제와 관련해 극한적인 용어를 동원하며 언급한 데 대해 비판론이 적지 않게 제기됐다.

○ …YS의 측근들은 4일 내각제 등에 대한 언급에 대해 “원칙론을 얘기했을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면서도 김전대통령의 향후 정치적 행보와 관련한 함축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데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았다.

즉 YS는 내각제 개헌 논의에 불을 댕기고, 이를 지렛대로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극대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YS는 이미 국민회의 서석재(徐錫宰)의원에게 탈당을 요구하고 한나라당 내 부산 경남출신 민주계 의원들에게도 “나를 따르라”고 했다는 것.

그러나 YS가 내각제를 적극 추진하거나 내각제를 매개로 한 정치세력화를 꾀할 것인지, 또는 한나라당이 내각제 개헌에 찬성하도록 유도할 것인지 등은 아직 불분명하다. “(그 문제에 대해) 지금 말할 단계가 아니다. 언젠가 다시 말할 때가 올 것이다”는 게 YS의 현재 얘기다.

○…이에 대해 정치권은 그다지 진지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 분위기다.

국민회의 당직자들은 “자숙은 커녕 외국에 나가서까지 정부 비난에 열을 올리는 것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일”이라며 “내각제 언급도 공동여당의 분열을 꾀하고 자신의 입지를 넓히려는 얄팍한 생각 때문일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공개적인 비난은 삼갔다.

자민련도 내각제 언급 내용은 좋지만 형식에는 문제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현욱(金顯煜)사무총장은 “전직대통령답게 귀국한 뒤 적절한 방법을 통해 고언을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했고 일부 의원들은 “3당 합당 때의 내각제 합의를 깬 장본인이 이제 와서 내각제 개헌론을 펼 수 있느냐”며 어이없어 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발언에 대한 정확한 자료가 없어서 현재로서는 뭐라고 얘기할 수 없다” 언급을 피했다.

○ …한편 YS는 4일 강연에서 97년말 IMF 사태에 대해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국가 경제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한국만이 예외로 존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고 한국의 금융위기 역시 구조적이고 역사적인 원인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재임 중 노동법 개정, 시장원리에 입각한 기아자동차 처리, 금융개혁 등을 추진했으나 정치권과 사회 일각의 반대에 부닥쳐 관철하지 못했다”며 “이런 개혁이 순조롭게 진행됐으면 한국의 국제적 신인도를 제고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창혁기자·기타큐슈〓이원재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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