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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5월 31일 06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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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옷 사건’에 대한 비난여론이 비등하면서 김장관의 사퇴를 주장하는 외침이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가운데 내부적으로 권력다툼마저 심각해지자 여권으로서는 내키지 않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려고 하는 셈이다.
여권 핵심부는 당초 김장관을 어떻게 해서든 유임시켜 보려 했으나 내부 반발이 심화되면서 방침을 급선회한 것으로 알려져 여권내 신, 구주류간의 파워게임이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여권 내의 이른바 신주류와 구주류간 갈등양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뿌리가 깊지만 이번 ‘고급옷사건’으로 갈등이 공공연하게 표출되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현 정권 출범 직후부터 국민회의 권노갑(權魯甲)고문을 중심으로 하는 구주류측은 “김중권(金重權)대통령비서실장을 중심으로 하는 신주류측이 권력을 독점하는 게 아니냐”며 불만을 표시해왔다.
그러던 중 이번 ‘5·24’ 개각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동교동계 간의 가교역할을 해왔던 박지원(朴智元)전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이 물러나자 구주류측의 불만이 폭발직전에 이른 것.
이같은 갈등양상은 당연히 김장관의 거취문제와 관련해서도 여실히 표출됐다. 김비서실장 주재로 28일과 29일 열린 청와대 대책회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잘못이 없는 사람을 여론에 밀려 물러나게 하면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또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러면 통치권에 큰 부담이 된다”며 김장관의 경질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구주류측은 김장관 경질을 포함한 대대적인 민심수습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김비서실장의 권력독주에 대해 확실한 쐐기를 박아야 한다고 구주류측은 목청을 높였다. 이같은 상황에서 ‘고급옷 사건’의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결국 구주류측의 주장이 관철돼 신주류측의 핵심인 김비서실장이 김장관의 퇴진을 김대통령에게 건의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양기대·윤승모기자〉k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