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정치개혁 추진분석]개혁 명문속 「이회창 퇴출」

  • 입력 1999년 5월 9일 19시 51분


《정국기류가 또다시 급랭(急冷)전선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장외집회 개최와 ‘제2의 민주화투쟁’을 선언하고 서울 송파갑 재선거에 나서기로 하자 여권은 정계재편을 다시 추진키로 하는 등 정국은 뼈와 뼈가 부닥치는 형국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공동여당 정치개혁안이 하루만에 중선거구제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정계재편론이 다시 부상하는 것도 이런 흐름과 맥을 함께 한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도 “공동여당의 중선거구제안은 당리당략과 야당파괴 차원에서 이뤄지는 정치공작”이라고 규정하고 12일 서울, 18일 부산에서 잇따라 ‘국정파탄 규탄대회’를 개최하는 등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강경자세로 맞설 태세다.》

“아무래도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안되겠다.”

여권이 이같은 인식 아래 ‘이회창 죽이기’를 위해 꺼내든 카드는 두가지로 압축된다. 정치개혁 드라이브와 정계개편 작업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비롯한 여권 사람들이 올들어 줄곧 정치개혁을 거론해왔지만 최근의 논의를 보면 그 목적이 다각적인 것 같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8인 정치개혁특위가 잠정확정한 ‘소선거구제+정당명부제’를 하루만에 재검토키로 하고 중대선거구제로 급선회한 배경엔 물론 ‘돈 안드는 선거’라는 명분이 빠져 있다는 점도 있지만 정계개편론을 다시 가동하겠다는 뜻이 숨어 있다”고 전한다.

일종의 양동작전이라는 얘기다. 한편으로는 중선거구제와 지구당 폐지 등 정당구조 개혁을 앞세워 정치개혁의 명분을 쌓아가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중선거구제를 활용, 한나라당 내 중선거구제 선호세력들을 유인함으로써 이총재를 무력화시키겠다는 것.

국민회의가 최근 서둘러 당쇄신위원회(위원장 김근태·金槿泰부총재)를 구성, 정당구조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동교동 핵심인물인 한화갑(韓和甲)총재특보단장 등을 내세워 ‘젊은 피’ 수혈작업을 적극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게 여권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김대통령은 당쇄신위원회의 위원까지 직접 인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기류가 이처럼 뭔가 ‘작심(作心)’한 듯이 흐르고 있는 것은 이총재의 ‘제2의 민주화투쟁’이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측과의 교감 아래 건곤일척(乾坤一擲)의 강경대치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얼마전 김전대통령과 가까운 구 여권의 모 인사는 이총재를 만난 자리에서 “이총재가 야당총재 역할을 제대로 못하니까 김전대통령이 나서는 것 아니냐. 사즉생(死則生)의 각오로 대여(對與)투쟁에 나선다면 김전대통령도 도울 것”이라며 초강공을 주문했다는 것.

정치권 일각에서는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 세력에 의한 5공신당 창당설이 날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고, 한화갑의원이 점차 가시적으로 전전대통령측과 접촉창구를 맡고 있는 것도 영남권 교란을 통한 한나라당 압박카드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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