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피 수혈론/野반응]『또 하나의 세력확산론』

  • 입력 1999년 3월 23일 19시 20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젊은 피 수혈론’의 선수(先手)를 빼앗기자 무척 안타까워하는 표정이다.

이총재는 지난해 총재 취임 전부터 ‘2000년대 미래정치를 이끌어갈 새정치세대 육성론’을 강조해왔다. 특히 고질적인 여야 정쟁구도에서 벗어나 ‘상생(相生)의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참신한 인재들이 정치권에 들어와 새 기풍을 일으켜야 한다는 게 이총재의 지론이었다.

이에 따라 이총재는 ‘DJ 정치개혁 구상’의 기본틀을 ‘세력확산론’으로 보고 ‘젊은 피 수혈론’을 극복하기 위한 새 대응방안을 모색 중이다.

먼저 수혈의 대상이 될만한 사람들을 여권에 빼앗기지 않도록 쐐기를 박는 것. 개혁적 이미지를 갖고 있는 ‘정치예비군’인 시민운동가 등이 한꺼번에 여당으로 몰려가는 것을 막지 못할 경우 한나라당의 면모쇄신이 매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장광근(張光根)부대변인이 23일 논평을 통해 “국민회의가 시민단체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겠다는 것은 시민운동의 본질을 정치로 오염시키겠다는 의도”라고 강하게 비난한 것도 이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이총재는 ‘이회창식 개혁정치’의 깃발을 든다는 복안이다. 한나라당이 3당합당에 이어 민주당과의 통합으로 정체성이 모호해진 상황을 하루빨리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 비전 제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총재의 핵심측근인 윤여준(尹汝雋)여의도연구소장은 “이총재가 총재로 당을 이끈 지난 6개월은 살아남기 위한 투쟁과정이었을 뿐”이라면서 “이제 한나라당이 어떤 당이고 이총재의 이념이 무엇인지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총재는 나이를 절대적 기준으로 한 세대교체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는 또 현역 국회의원들이 선거를 통해 검증받고 지지를 확보하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내년 총선 공천 때 의원들을 대폭 물갈이할 생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또한 총선이 다가올수록 활발해질 당내 분파(分派)움직임을 제어해야 하는 이총재의 한계라 할 수 있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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