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열기 썰렁…최악투표율 우려

  • 입력 1999년 3월 16일 19시 16분


'虛空 유세'
'虛空 유세'
‘3·30’재 보선 공식선거운동이 16일로 3일째 접어들었으나 서울 구로을과 경기 시흥, 안양시 등 어느 지역에서도 생동감 넘치는 선거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에 따라 이번 재 보선의 투표율이 극히 저조할 것으로 보여 각 후보 진영과 관계기관이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부심하는 모습이다.

16일 낮 시흥시 복지장미아파트 앞에서 열린 자민련 김의재(金義在)후보의 개인연설회장. 유세차량이 유세시간 40여분전부터 예고방송을 시작했지만 유권자는 ‘한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근처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한 택시운전사는 “당선만 되면 국회에서 허구한 날 싸움만 하는 사람들인데 우리하고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한나라당 장경우(張慶宇)후보는 이날 오전 시흥시 신천동 한 보험회사 사무실로 찾아갔다가 ‘회의중’이라는 이유로 면박을 당한 뒤 40분이 지난 뒤에야 출마인사를 할 수 있었다. 장후보가 돌아간 뒤 한 보험설계사는 귀찮다는 듯 “누구를 뽑아도 똑같은 것 아니냐”고 푸념했다.

안양시장 보선에 출마한 모후보는 15일 시내 백화점에 가서 악수를 청했다가 일부 시민들이 차갑게 외면하자 쑥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 후보진영의 한 관계자는 “유권자들이 적대감까지 보이고 있다. 선거운동하러 나가기가 겁난다”고 말했다.

정치인과 선거에 대한 흉흉한 민심은 생업의 현장으로 들어가보면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16일 오전 국민회의 한광옥(韓光玉)후보가 구로을에서 담배판매상인을 상대로 열린 부가세 설명회장을 찾아가 인사를 하고 있을 무렵 주변의 공작소 밀집지대에서 일하던 종업원들은 정치와 정치인을 비아냥대는 말을 쏟아놓았다.

A공작소의 한 근로자는 “누가 출마하는지도 전혀 모른다”고 했고 B공작소의 한 직원은 “경제가 이 모양인데 맘에 드는 것이 뭐가 있냐”며 투표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공구상을 경영하는 권모씨(48)는 “전부 ‘그 밥에 그 나물’인데 투표를 왜 하느냐”며 선거얘기보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의원들을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

이같은 정치혐오증 탓에 한 지역신문사의 여론조사결과 예상투표율이 31%로 나오는 등 투표율이 급락할 것으로 전망돼 선관위와 각 후보 진영에 비상이 걸렸다. 시흥시 선관위는 부정선거 단속보다는 가정통신문을 보내 투표참여를 독려하고 있고 각 후보측도 거리유세나 개인연설회처럼 시민들을 ‘자극할’ 우려가 있는 운동보다 후보가 유권자들을 직접 접촉하는 ‘조용한’ 선거를 선호하는 모습이다.

정치개혁시민연대 김석수(金石洙)사무처장은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가 나오지 않는 한 투표참여를 권하는 운동은 별효과가 없다”며 “정치인들은 낮은 투표율의 참된 의미를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원재·공종식기자〉wj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