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 질책 표정]『연금문제 각의 안거치다니…』

  • 입력 1999년 2월 22일 19시 59분


청와대와 국민회의는 22일 국민연금 확대실시파문을 계기로 행정부의 관료주의 병폐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는 그동안 정국불안 요인으로 잠복해 있던 권력상층부와 하부 관료층 사이의 갈등이 표출된 것으로 귀추가 주목된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김모임(金慕妊)보건복지부장관이 국민연금 문제를 국무회의에 보고하지 않은 것을 문제삼아 강하게 질책하면서 “어이가 없다”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안건조차 국무회의에 보고하지 않는 것은 권위주의 정권의 형식적인 국무회의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한 뒤 관계자의 엄중문책을 지시했다.

이에 김장관은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책임을 통감한다”며 고개를 숙인 뒤 “공단요원들의 고압적인 자세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또 김성훈(金成勳)농림부장관에게는 농협의 대출부조리가 만연하고 있다고 질책한 뒤 원인과 대책을 조속한 시일내에 강구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국무회의장을 떠나면서 김모임복지부장관의 등을 두드리며 “열심히 하라”고 격려했다는 전언이다.

○…이날 국민연금문제 등을 논의한 국민회의 총재단회의는 7명이 나서서 30분간 관료주의의 병폐를 성토했다.

김근태(金槿泰)부총재는 “국민연금 문제는 관료주의 병폐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국민에게 모멸감을 주었다”고 말했고 김봉호(金琫鎬)국회부의장은 “관료중에는 현 정부에 타격을 주려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고 가세했다. 참석자들은 또 한자병용정책 교원정년단축 등도 권위주의 시대의 ‘탁상행정’을 답습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질타했다.

○…보건복지부는 김대통령으로부터 강도높은 책임추궁을 받자 “그동안 너무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자성론과 함께 “지도부가 뭘 했느냐”는 불만이 쏟아졌다. 한 공무원은 “국민연금이 본격 시행되기 전부터 담당 공무원들이 지난해 의료보험통합시 민원이 폭발하다가 잠시 가라앉은 경험을 너무 믿었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특히 저소득층에 유리하다고 판단해온 국민연금이 이들의 저항에 부닥친 사실에 대해 복지부 공무원들은 “홍보부족과 가입자에게 불편을 끼친 행정체계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양기대·정위용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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