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청문회]강경식씨 『IMF라니…』 환란경고 묵살

입력 1999-01-26 19:46수정 2009-09-24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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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년 외환위기 발생전 국내외 연구기관과 재정경제원 내에서 위기발생 가능성을 경고하는 보고서를 여러 차례 제출했으나 강경식(姜慶植) 전 부총리는 이를 계속 묵살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은행은 3월초 강 전부총리 취임직후 금융기관의 외화유동성 사정이 지급결제불능 사태에 빠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외환보유액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한다는 보고서를 강전부총리에게 직접 전달했다. 재경부내 실무진도 유사한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강전부총리는 3월24일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에게 “금융대란설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보고했다.

97년 8월 한국은행은 다시 “별도의 조치가 없으면 국내은행의 해외점포철수는 물론 국제금융 및 외환업무의 일부가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재경원 김석동(金錫東)전 외화자금과장 등 국제금융 실무진에서도 원화가치의 평가절하를 통한 경상수지흑자 확대 및 외환시장 안정을 건의했다.

그러나 강전부총리와 김인호(金仁浩)전청와대경제수석은 환율정책에 대해서는 분명한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변양호(邊陽浩)전 경제정책국 과장은 97년9월부터 10월까지 미국 등 현지조사를 마친뒤 3차례나 “현재의 금융상태가 매우 위험한 수준이며 통화위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내용으로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강전부총리는 10월만도 30여개 지방도시를 돌며 “우리 경제는 기초여건(펀더멘털)이 튼튼하니 걱정하지 말라”는 요지로 강연을 했다.

97년 10월27일 윤진식(尹鎭植)전청와대비서관의 지시로 한국은행은 ‘최근의 외환사정과 대응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작성, 강전부총리에게 제출했다.

내용은 외환위기 도래가능성 고조와 함께 IMF행 고려 등 비상대책 신속 마련. 그러나 강전부총리는 다음날 경제부처관계자들과 모임을 가지면서 국민의 불안을 우려, IMF행은 거론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윤전비서관은 10월말과 11월5일 김인호전경제수석에게 한은 보고서를 바탕으로 자료를 제출한데 이어 11월10일에도 IMF행을 건의했으나 김전수석은 “다른 대안과 함께 검토해봐라”는 지시만 했다.

특히 11월9일 강전부총리는 외환대책회의 때 이경식(李慶植) 전한은총재와 윤전비서관이 IMF행을 건의하자 “어떻게 창피하게 IMF를 가느냐”며 화를 냈다고 정규영(鄭圭泳)한은 전국제부장은 증언했다.

〈반병희기자〉bbhe4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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