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반병희/의원들 「청문회 구태」

  • 입력 1999년 1월 19일 19시 45분


환란의 발생 원인과 책임소재를 따지기 위한 경제청문회 첫날인 18일 국회본관 501호실은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보도진과 시민단체 회원들로 북적댔다.

정부의 잘못을 질타하는 의원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그러나 오후로 접어들면서 의원들의 고압적 인신공격성 발언과 말꼬투리잡기의 구태가 이어지면서 청문회장은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먼저 자민련 소속 K의원이 97년 11월19일 부총리에 임명된 임창열(林昌烈)전통상산업부장관에게 “당시 재경원은 이날 임전부총리에게 국제통화기금(IMF)으로 가기로 한 사실을 포함해 재경원의 업무를 총괄 보고하지 않았느냐”고 추궁했다.

그러나 이규성(李揆成)재경부장관이 “현재 공식문서가 남아있지 않아 정확한 것을 알 수 없으나 전해 듣기로는 보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다른 자민련 의원들이 잇따라 “그럴 리가 있느냐. 보고를 했는지 안했는지 예스 노로 답변하라”고 물고 늘어졌다.

재경부 관리들은 “아니다”는 답변만 반복했고 아까운 시간만 흘렀다.

이어 밤 11시40분경.

97년 당시 외환관리를 담당하고 있던 관리가 이 자리에 와 있다는 이장관의 보충설명이 있자 국민회의 L의원이 갑자기 소리쳤다.

“외환위기에 책임있는 자들이 어떻게 감히 청문회장에 나올 수있는가. 진즉 알았다면 재경부 보고를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동안 목청을 높였다.

그는 심지어 “당신과는 아무런 사적인 감정이 없지만 도대체 어떻게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어”라며 반말조로 질타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자정이 됐고 청문회는 자정을 넘겨 차수변경을 할 수밖에 없었다.

반병희<경제부>bbhe4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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