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쟁점법안 변칙처리]野 묵시적방조? 지도력부재?

  • 입력 1999년 1월 6일 19시 19분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6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교원노조 설립법안과 한일어업협정 비준동의안 등 65건을 처리할 때 한나라당이 과연 총력을 다해 이를 저지하려 했는지가 관심으로 대두됐다.

두 여당은 이날 한나라당 의원들의 저지로 본회의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의결정족수를 채우자마자 일사천리로 안건을 처리했다.

한나라당은 여당 단독 본회의 법안처리를 결사 저지하겠다고 공언했으나 그렇게 하지 못했다. 5일밤 긴급 총재단회의를 열어 본회의 법안처리를 막기 위한 ‘저지조’까지 편성하는 등 전의를 다졌으나 여당의 강행처리에 속수무책 양상을 보였고 이에 따라 한나라당이 법안처리를 묵시적으로 방조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그러나 강경론과 온건론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당지도부가 강경투쟁 방침을 결정한 것을 볼 때 방조했다기보다는 지도력과 투쟁의지 부족으로 결국 저지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박준규(朴浚圭)국회의장실에 의원 10여명을 보내 박의장의 본회의장 진입을 저지했다. 그러나 김봉호(金琫鎬)부의장의 행방을 몰라 우왕좌왕하는 사이 김부의장이 본회의 개회 예정시간보다 1시간이나 빨리 본회의장에 들어가는 바람에 1차저지에 실패했다.

김부의장이 본회의장에 들어가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어떻게 대처할 줄 모르고 우왕좌왕했다. 의원들은 오후 1시반경 본회의장에 들어갔다가 본회의 개회시간이 다가오자 모두 퇴장했다.

본회의장 복도에서 긴급회의를 갖고 여당의원들의 본회의장 진입을 막아 의결정족수(과반수) 미달로 안건을 처리하지 못하게 한다는 ‘2차 저지대책’을 마련했다.

한나라당 의원 1백여명은 2층 로텐더홀에서 본회의장으로 들어가는 문 3개를 막고 여당의원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미처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한 여당 의원들이 진입을 시도했으나 한나라당 의원들이 강력히 저지하는 바람에 이곳으로 들어가는데는 실패했다.

그러나 단상 뒤편 의장출입구를 지키고 있던 한나라당 의원 10여명이 한눈을 파는 사이 여당의원 10여명이 밀고 들어가버렸다.

의결정족수가 넘었음을 확인한 김부의장이 안건을 상정하자 한나라당 의원 40여명이 본회의장 안으로 몰려들어가 의결을 막아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여당의원들이 단상으로 통하는 계단을 봉쇄, 의장석까지 진입할 엄두조차 못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김부의장이 안건을 일일이 부르면서 “이의 없느냐”고 물을 때마다 “이의 있다”고 소리쳤다.

그러나 김부의장이 이를 무시한 채 일사천리로 가결을 선포하자 “날치기”라고 항의하다 10여분만에 퇴장해버렸다.

이후 한나라당 의원들은 복도에 삼삼오오 모여 대책을 논의했으나 뾰족한 대안이 없자 허탈한 표정이 역력했다.

한나라당은 본회의 산회직후 의원총회를 열어 향후 대책을 논의했으나 당지도부의 지도력 부재에 대한 비판을 다시 쏟아내는등 내분양상마저 보였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