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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12월 24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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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저승용차를 굴리거나 월소득 4백만원 이상인 사람이 생활보호대상자에 포함된 것은 행정의 난맥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65세 이상의 홀로 사는 노인과 소년소녀 가장같은 정작 생계비 도움이 필요한 영세민 2백69명은 제외됐다. 대상자가 될 수 없는 3천7백여명에게 7억여원이 부당하게 지원됐다는 보도다. 그것도 감사원 감사를 받은 33개 시군구에 국한한 얘기다. 이런 일을 보건복지부 말대로 조사인원 부족탓으로만 돌릴 수 있겠는가. 대상자 선정에 부정이 개입했을 의혹이 짙다.
그런가 하면 수해복구비를 갖가지 방법으로 착복한 공무원들도 있다. 지난 여름 대홍수때 국민 다수는 경제위기로 인한 어려운 여건에서도 수재민돕기 성금을 십시일반 정성껏 모았다. 이 돈을 쓰는 과정에서 일부 공무원들이 벌인 작태는 정말 한심하다. 있지도 않는 농지에 복구비를 위장지급하고 복구공사 시공업체에 과다한 비용을 지출했는가 하면 피해농가에 실제 지급액수보다 많은 액수를 준 것으로 적어놓고 사례비를 뜯기까지 했다는 보도다. 공무원의 전형적 범죄인 뇌물죄보다 어떤 면에서 훨씬 무겁고 부도덕한 범죄라고 할 수도 있다.
최근 검찰의 중하위직 공무원 단속결과는 이들 대민(對民)창구 공무원들의 부패상을 여실히 드러낸다. 특히 6급이 5급 공무원보다 평균 수뢰액수가 많은 것은 시사하는 바 크다. 승진을 원하지 않는 일부 공직자들의 풍조를 알만하다. 개혁의지가 밑으로 내려갈수록 실종되는 경향을 반영하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그동안의 공직부패 수사와 감사가 결국 밑 빠진 독에 물붓기였던 셈이다. 공직사회 개혁의 열쇠는 중하위 공무원들이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때다.
공직기강이 이래 가지고는 개혁이고 뭐고 성공할 수 없다. 공직사회의 변화없이 어느 분야의 개혁도 불가능하다. 부패공무원에 대한 지속적 단속은 물론 철저한 신상필벌과 부적격자 퇴출로 반드시 공직기강을 바로잡아야 한다. 특히 생활보호대상자와 수해복구비 관련 비리에 대해서는 당장 수사와 형사처벌이 필요하다. 상급자의 지휘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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