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司正 총정리]동아 외화밀반출 수사가 「稅風」발단

입력 1998-09-27 19:58수정 2009-09-25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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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 출범 후 정치인 사정이 각종 설만 무성한 채 뚜렷한 성과 없이 진행돼오다 지난달 말 경성비리 재수사와 국세청을 동원한 불법대선자금 모금사건수사를 계기로 본궤도에 올랐다. 한달간 숨막히게 진행된 정치인 사정의 뒷얘기를 정리해 본다.》

[국세청 대선자금 불법모금사건]

○…동아그룹 최원석(崔元碩)전회장의 외환밀반출 및 회사공금횡령에 대한 수사가 사건의 물꼬가 됐다는 후문. 동아그룹에서 ‘이해할 수 없는 돈거래’가 발견돼 그룹 임원을 다그치는 과정에서 “국세청의 강압으로 한나라당에 대선자금을 냈다”는 진술이 나왔고 이후 최전회장의 ‘항복선언’으로 ‘세도(稅盜)사건’의 전말이 드러나기 시작.

게다가 지난달 24일경 최전회장이 검찰에 직접 소환되면서 ‘최원석리스트’라 할 수 있는 한나라당 백남치(白南治) 서상목(徐相穆)의원 자민련 김종호(金宗鎬)의원 등 정치인 이름이 나왔다는 게 검찰의 설명.

○…세도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될 즈음인 지난달 22일 주범인 국세청 이석희(李碩熙)전차장이 출국한 배경에 대해 갖가지 설(說)이 난무. 이전차장이 절친한 여권인사에게 이 사건에 관한 ‘비밀 보따리’를 풀어주고 그 대가로 미국으로 도망갔다는 설까지 나돌기도.

그러나 검찰은 이전차장에게 차명계좌를 개설해준 고교동창 임형근씨가 지난달 21일 안기부를 통한 대선자금 불법모금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는 것을 보고 이전차장이 도피했을 것이라고 설명.

○…검찰은 국회가 잠시 폐회했던 3일부터 9일까지를 ‘비리의원 소환기간’으로 정했으나 서상목의원이 출국하려다 검찰의 내사사실이 알려지면서 일정을 변경. 당시 검찰은 서의원이 한나라당 총재경선 자축행사에 참여하지도 않고 ‘돌연’ 출국한다는 첩보를 입수, 주범인 이전차장과 입을 맞추기 위한 출국으로 판단하고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다는 전언.

[경성사건]

○…이 사건에 연루된 국민회의 정대철(鄭大哲)부총재의 경우 조사 도중 검찰 내부에서 격론이 벌어졌으나 결국 일반공직자들과의 형평을 맞춰야 한다는 일선검사들의 논리가 우세, 구속으로 결정.

정부총재는 이강래(李康來)청와대정무수석과 만나기로 한 날 검찰에 소환됐으며 박상천(朴相千)법무장관이 소환 직전 “두어시간만 조사받고 돌아가면 된다”고 말해 이수석과의 약속을 취소하지 않은채 검찰에 출두했다 결국 구속.

이에 대해 박장관은 국회에서 “검찰총장이 나한테도 불구속기소하겠다고 해놓고 소환한 뒤에야 구속해야겠다고 보고했다”며 “그래서 취임 후 처음으로 검찰총장을 질책했다”고 해명.

○…한나라당 이기택(李基澤)전부총재의 경우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혐의사실을 보고받고 극히 이례적으로 자신과 함께 오래 고생한 사람이라며 사정당국에 ‘상응한 예우’와 ‘가능한 불구속’을 간곡하게 당부. 그러나 이전부총재가 대선자금 의혹까지 제기하며 극렬하게 저항하자 김대통령은 ‘법대로’ 원칙으로 선회했다는 후문.김윤환의원 사건…정치권 수사의 ‘피날레’가 될 것이라는 설이 돌았던 한나라당 김윤환(金潤煥)전부총재에 대한 내사는 5월부터 시작됐다는 것이 정설. 검찰은 김전부총재가 청구에서 거액을 받은 사실을 밝혀냈으나 대가성 입증이 어려워지자 예전에 접수됐던 투서나 진정서를 모으고 친인척에 대한 내사를 벌였다는 것.

이 과정에서 모제약회사 사장을 역임했던 김전부총재의 조카인 신모씨가 6월 부도사범으로 수사를 받으면서 “김전부총재의 돈을 관리했다”고 진술한 것을 기억해내고 사건기록을 추적. 그 결과 신씨가 89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0억∼30억원의 비자금을 관리해온 사실을 확인.

○…김전부총재는 사정대상에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가 ‘뒤통수’를 맞은 경우. 김전부총재는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에 대한 사정설과 관련, “분명히 두고 보라. 나는 없을 것이다. 내가 있으면 왜 안잡아 가겠는가”라며 자신감을 피력.

그러나 21일 그가 모건설업자로부터 수억원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사실이 공개되자 정치권에서는 “김전부총재의 20년 정치곡예가 막을 내리는 것 같다”며 사법처리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

[공천헌금 수사]

○…한나라당 중진들이 사정대상에 오르면서 사정당국은 표적사정시비 불식을 위해 여당의원, 특히 호남의원들에 대해 강도높은 내사를 진행.

이 과정에서 청와대 하명사건을 전담하는 경찰청 조사과 직원들이 호남으로 총출동, 호남의원들의 비리내사에 착수해 나주출신의 정호선(鄭鎬宣)의원의 공천비리혐의가 불거져 나왔다는 전언.

[포철 특감]

○…포철에 대한 감사원 특감은 사실상 대통령직인수위 시절부터 시작. 신여권, 특히 자민련 의원들은 포철의 방만경영은 물론 김만제(金滿堤)회장에 대한 세간의 의혹들을 집중 추궁하면서 특감을 촉구.

감사원 고위관계자는 “3월 여당에서 압력이 대단했으나 과거 ‘박태준(朴泰俊)죽이기’식으로는 할 수 없었다”고 토로.

감사원은 이번 포철특감도 어디까지나 ‘경영감사’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김전회장의 공금유용, 포철자금의 정치권유입설 등은 경영감사의 부산물에 불과하다고 역설.

한편 여권 관계자는 “김영삼정권처럼 ‘박태준사단’을 몽땅 도려내는 식의 일은 없을 것”이라며 “김전회장 등 2,3명을 사법처리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안다”고 설명.

[정치권 움직임]

○…정치인 사정과 관련, 한때 여야총무들간의 협상과 별도로 여권내 신주류와 이회창(李會昌)총재측간에 모종의 협상이 진행됐다는 후문.

이총재측 핵심인맥들은 신주류측에 ‘체포동의안 불처리→검찰자진출두→불구속 기소’라는 타협안을 가지고 협상을 벌였고 사실상 국회에서의 체포동의안 처리가 어려워 신주류측에서도 이같은 쪽으로 가닥을 잡아갔다는 것.

그러나 김대통령이 “국세청을 동원한 세도사건에 대한 타협이란 있을 수 없다”고 원칙을 고수, 물밑협상노력은 물거품.

○…당초 여권 핵심부는 한나라당 전당대회(8월31일) 후 정기국회 개회(9월10일) 전에 굵고 짧고 산뜻하게 정치권 사정을 일단락할 계획이었다는 후문. 그러나 서상목의원의 출국기도로 뜻하지 않게 상황이 전개되면서 차질.

한편 김대통령이 정치권 사정의 결심을 굳힌 것은 7월말과 8월초 경으로 이때를 전후해 각종 라인에서 “더이상 주춤거리면 김영삼(金泳三)정권 말기와 같은 권력누수현상이 올 수 있다”는 보고가 쇄도했다는 전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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