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정국]여야 『사생결단』…대화정치 실종

  • 입력 1998년 9월 11일 20시 01분


국세청의 불법대선자금 모금사건으로 촉발된 여야의 대치정국을 풀기 위한 해법은 없을까.

현재 여야는 이 사건을 놓고 사생결단의 자세로 맞서고 있어 당분간 대치정국이 풀릴 가능성은 별로 없다.

국민회의는 여야대화의 전제조건으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사과와 서상목(徐相穆)의원의 검찰출두를 요구해왔다.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11일 논평을 통해 “이총재의 사과와 서의원의 출두는 정국정상화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이날 당무회의에서도 “여야 영수회담은 언제나 가능하지만 국회를 보이콧한 상황에서는 어렵다”며 한나라당의 국회복귀를 촉구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태도는 정반대다.

오히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대선자금 6대 의혹을 제기하고 일부 의원들은 김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등 직격탄을 날렸다.

정국이 이처럼 벼랑끝으로 가고 있으나 여야간 막후대화는 전무한 상태다. 과거 극한적 상황에서도 가동됐던 여야 원내총무간 대화채널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총무와 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총무는 사정정국이 본격화한 뒤 만나는 것 자체를 꺼리면서 이따금 전화접촉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 주변에서는 대치정국을 풀기 위한 여야의 대화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총무도 이 점을 의식한 듯 이날 “앞으로 한나라당과 가능한 한 대화채널을 유지할 작정”이라며 “당지도부에도 한나라당의 많은 분들과 대화를 해주도록 요청했다”고 말했다.

국민회의의 한 중진의원도 “국세청의 불법대선자금 모금사건은 한나라당이 잘못한 일이지만 여권이 너무 몰아붙이는 것은 정국정상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여권도 포용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나라당도 인정할 것은 인정하면서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실련 고계현(高桂鉉)시민입법국장은 “여야는 서로 자극하거나 오해받을 수 있는 언행을 자제하면서 한발짝씩 물러나 정국정상화를 위한 대화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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