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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8월 17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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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경제부는 17일 오후 김우석(金宇錫)국제금융국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고 원화 환율의 안정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가용 외환보유고를 신속히 확충하기로 했다.
또 우리 기업들이 러시아로부터 수출대금을 조기에 회수하기 어려워진 점을 감안, 재경부 외교통상부 등의 합동실무조사반을 현지에 보내 철광석 알루미늄 등 현물을 대신 받는 방안을 러시아정부와 협의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이번 러시아사태로 일본 엔화의 평가절하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우리 기업들의 수출경쟁력 방어를 위해 적절한 시기에 달러를 사고 파는 탄력적인 환율정책을 펴기로 했다.
정부는 다만 러시아와의 금융거래가 많지 않아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러시아의 최대 채권국인 독일(3백억달러)과 영국(1백20억달러) 등 유럽계 은행들이 자금압박을 받아 아시아 채무국에 대해 채권회수에 나서고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미국 달러화의 강세가 지속되면서 일본 엔화가 더욱 약세화하고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등 아시아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질 우려가 있다는 것.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15일 현재 4백1억7천만달러인 가용 외환보유고를 조속히 확충, 연말까지 당초 목표치 4백30억달러를 훨씬 웃도는 5백억달러까지 쌓을 방침이다.
늦어도 9월말까지 미국 수출입은행 차관 20억달러, 선진 13개국 2선자금 80억달러, 일본 수출입은행 추가차관 20억달러 등의 도입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한편 한국이 러시아에 제공한 14억7천만달러 경제협력차관 중 미상환액 11억8천만달러(이자 포함 15억6천만달러)의 회수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모라토리엄(Moratorium)이란
한 나라가 해외에서 빌린 돈(대외채무)를 갚지 못해 일시적으로 외채상환을 유예하는 것을 말한다.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면 일정 기간 외채를 갚지 않고 미룰 수 있지만 국제금융시장에서 '신용불량국'으로 낙인 찍히게 된다.
〈반병희기자〉bbhe4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