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서울종로]인물위주 票心…뚜렷한 「戰線」형성안돼

  • 입력 1998년 7월 12일 19시 32분


이번 재보선에서 서울 종로는 ‘정치1번지’가 아니다.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는 다른 지역과는 달리 선거 분위기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조용하다. 주민들의 관심이 저조한데다 각당의 ‘간판스타’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던 예년 선거와는 달리 국민회의 노무현(盧武鉉)후보가 독주태세를 갖춤으로써 상대적으로 열기가 떨어지고 있다.

이때문에 각 후보 진영은 40%안팎의 최악의 투표율을 전망하며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종로는 서울의 중심지답게 역대선거에서 지역정서가 별다른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유권자들의 본적지를 보면 수도권과 이북출신이 30%를 상회하고 호남 27%, 충청 20%, 영남 강원이 20%정도를 차지, 비교적 골고루 분포돼 있다. 이때문에 이곳은 다른 지역에 비해 정당보다 인물중심의 투표성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15대총선에서는 여당이었던 신한국당 이명박(李明博)후보가 야당인 국민회의 이종찬후보를 누르고 당선됐으나 지난해 대선에서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가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후보에게 패배했다. ‘6·4’지방선거에서도 국민회의 후보의 강세가 이어졌다.

국민회의 노후보측은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할 수 있는 후보를 뽑자’는 이른바 ‘구국 인물론’을 내세우며 ‘굳히기’작전에 돌입했다. 노후보는 ‘방심은 금물’이라며 마음자세를 다잡고 지하철역과 상가를 돌며 저인망식 ‘길거리 유세’를 벌이고 있다. 특히 단순지지율은 크게 앞서고 있지만 적극적 지지율에서는 한나라당 정인봉(鄭寅鳳)후보와 10%안팎의 근소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투표율을 높이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한나라당 정후보측은 ‘토박이론’을 앞세우며 노후보를 추격하고 있다. 정후보측은 노후보가 전국적 지명도에서는 앞설 수 있지만 종로에서만큼은 ‘거품’이 있다고 주장한다. 또 지난 10년동안 수천여명을 대상으로 벌였던 무료법률상담의 위력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후보측은 13,14대때 무소속으로 출마해 1만5천표를 받았고,노후보는 15대때 민주당 후보로 나서서 1만7천표를 받은 만큼 인물대결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한석봉(韓錫奉)후보는 “주민들이 기존 정치권에 식상해 무소속 후보로 출마한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며 “이번 선거는 국민회의 노후보와 나와의 싸움”이라고 주장한다. 한후보는 하루 30여차례씩 길거리 유세를 벌이며 맹렬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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