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회장 방북]「소몰이訪北」 성사되기까지…

  • 입력 1998년 6월 16일 19시 30분


정주영(鄭周永)현대그룹 명예회장은 89년 방북이후 9년여동안 줄기차게 남북한 당국을 상대로 방북의사를 타진해왔다. 정회장은 1차 방북때 북한당국으로부터 그해 4월경 재차 방북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돌아왔으나 그후 남북한 관계가 냉각되는 바람에 무산됐다.

문민정권하에서는 92년 대선참여와 정부의 재벌총수 방북억제 정책에 따라 방북시도는 번번이 좌절됐다. 북측은 여러 경로를 통해 정회장에게 손길을 보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나이가 들수록 고향 생각이 절절해진 그는 방북을 위해 대북사업을 강력히 추진할 것을 각계열사에 지시했다. 이에 따라 현대는 타그룹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각적인 접촉을 통해 대북사업을 의욕적으로 모색해왔다.

정회장은 현정권 등장 이후 남북한관계가 해빙무드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되자 방북경험이 있는 김윤규(金潤圭)현대건설 부사장을 올해초 직접 불러 2차 방북 추진을 지시했다. 4월18일 방북한 김부사장 일행이 북한당국과 정회장의 2차 방북을 합의하면서 9년동안 염원해온 그의 방북길이 열리게 됐다.

5월7일엔 옥수수 1만t을 북송했다. 그리고 6월10일 방북관련 협상이 최종 타결됐고 이틀뒤 정부가 정회장의 방북을 발표했다. 방북일정이 늦어진 것은 정회장이 중국을 거치지 않고 판문점을 통해 곧장 방북하는 방안을 고집했기 때문.

〈이희성기자〉lee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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