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망명1돌 회견]『비료등 전략물자지원 재검토를』

입력 1998-05-07 20:05수정 2009-09-25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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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黃長燁)전 북한노동당비서는 7일 “새로운 대북정책에 따라 남북대화를 끈기있게 벌여 나가며 민간차원의 교류를 합리적으로 진행하면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씨는 망명 1년여를 맞아 자신과 함께 망명한 김덕홍(金德弘)전 여광무역연합총회사 총사장과 안기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황씨와 김씨는 지난해 4월20일 망명 이후 정부의 신변보호 아래 생활하고 있는데 주로 집필과 독서, 강연으로 소일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북지원이 북한체제를 돕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오늘은 왜 교류와 협력을 강조하나. 입장이 바뀌었나.

▼황〓“입장이 바뀐 것은 아니다. 북한의 전력을 강화시킬 지원은 안된다는 것이었다. 비료의 경우도 전략물자이기 때문에 비료 대신에 식량을 주는 것이 낫다는 뜻이다.”

▼김〓“북한 제2경제위원회는 중국과 러시아에서 비료를 사다가 화약을 만든다. 식량과 의약품 생활필수품 등을 줘서 북한의 인민생활을 남한에 의존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황선생은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김(황 대신에 대답)〓“둘을 대비할 필요가 없다. 현정부의 대북 3대원칙은 상당히 공정하고 합리적이다. 얼마 전에 김정일(金正日)이 내놓은 민족대단결 5대방침은 시대착오적인 얘기다.”

―주체사상의 창시자로서 남한에 와서 주체사상을 버렸는지….

▼황〓“나는 사상이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 사상과 진리에 대한 신념도 달라진 일이 없고 남한 실정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 일도 없다. 그러나 내가 60년대 말에 계급투쟁과 프롤레타리아 독재와 결별했다는 것은 말하고 싶다.”

―최근 베이징(北京) 남북 차관급회담에서 우리가 내놓은 상호주의 원칙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북한의 콧대를 꺾어 놓았다는 점에선 큰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등가교환의 원칙을 갖고 앞으로 당국간 회담에서 우리가 요구하는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좀 생각해볼 문제다.”

―이곳에서 살아보니 가장 불만스러운 것은 무엇인가.

▼황〓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서 왜 침묵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우리가 처음에 전쟁 가능성을 얘기했을 때 그것은 경각심을 주기 위한 것이었는데 일각에서는 ‘너 전쟁 일어나면 책임지라’ ‘외국의 투자가 줄어든다’는 식으로 반응했다.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음을 절감했다.

―그동안 인간적인 고뇌가 컸을 텐데….

▼황〓“가족들 사진을 갖고 왔지만 보는 게 겁이나 아예 보기 어려운 데 넣어놓고 있다. 이런 심정은 실제로 체험하지 않고는 모를 것이다.”

―황장엽 리스트와 국내 친북세력에 대해 말해달라.

▼황〓“무슨 리스트인지 잘 모르겠다. 그렇게 이야기한 적도 없다.”

〈한기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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