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개편 회오리 「일단멈춤」…김종호의원등 탈당 연기

  • 입력 1998년 3월 30일 19시 58분


한나라당 김종호(金宗鎬)박세직(朴世直)의원이 탈당과 자민련 입당을 4·2재보선 이후로 연기하고 국민회의는 정계개편 신중론을 펴는 등 정계개편 움직임이 일단 소강국면에 들어섰다.

또 탈당설이 나돌던 한나라당 이신행(李信行)의원은 공식적으로 당잔류를 선언했다.

국민회의 김상현(金相賢)고문은 30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현 여소야대(與小野大)구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정계개편 신중론을 폈다.

김고문은 “김대통령이 28일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와의 주례회동에서 정계개편에 대해 ‘이대로 가야 하며 여야가 정치력을 발휘해 경제위기 극복에 앞장서고 정국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자민련의 박총재 등 고위당직자들은 “강제적 인위적 정계개편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을 뿐 오는 사람을 막을 이유는 없다”며 국민회의와는 다른 견해를 보였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날 조순(趙淳)총재 주재로 주요 당직자회의를 열어 여권이 정계개편을 강행할 경우 당의 모든 역량을 결집해 단호히 대처키로 했다.

이처럼 정계개편을 둘러싸고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시각차를 보이고 있는데다 한나라당의 내부 흐름도 심상치 않아 정계개편 바람이 잠재워졌다고 볼 수는 없는 상황이다.

◇국민회의

“인위적 정계개편은 하지 않겠다. 다만 한나라당 내부의 불합리성 때문에 의원들이 개인적으로 당을 떠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 국민회의의 방침이다.

인위적 정계개편이 ‘4·10’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의 구심력이 현저히 약화되고 있는 한나라당에 단결의 계기를 제공해 줄 뿐이라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국민회의는 또 한나라당 의원들에 대한 개별영입을 통한 정계개편은 부작용만 크고 효과는 적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국민회의는 오히려 한나라당 민주계와 국민신당의 결합을 통한 제4의 원내교섭단체 구성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개별탈당 대상자들이 대부분 민정계로 자민련 합류를 희망하고 있다는 사실도 개별영입에 대한 국민회의의 시각을 회의적으로 만드는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

국민회의 지도부는 그러나 “현 15대국회 현 구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김상현고문의 발언에 대해서는 “자민련을 자극할 수 있는 불필요한 언행”으로 비판하고 있다.

◇자민련

“인위적으로 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인위적으로 막지도 않겠다”는 것이 자민련의 입장이다.

박태준총재는 30일 경북 문경―예천 보궐선거 정당연설회에서도 “민주주의를 하기 때문에 (의석) 숫자가 필요하다”며 같은 뜻을 거듭 확인했다. 국민회의 김상현고문의 발언에 대해서도 “강제적인 정계개편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 말이 와전됐다”고 해명했다.

김용환(金龍煥)부총재도 “견해를 같이하는 정치인들이 정당활동을 같이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고 박준병(朴俊炳)부총재 역시 “들어오겠다는 사람을 들어오지 못하게 막을 수 있느냐”고 김고문 발언을 일축했다.

이런 자민련의 태도는 정계개편의 필요성에 대한 나름대로의 절박한 인식에서 비롯된다.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해서도 안정 의석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당혹감에 빠져있던 한나라당은 30일 자민련을 집중공격한 반면 국민회의에 대해서는 무대응하는 양면전략으로 맞섰다.

이날 당무운영회의에서는 김덕룡(金德龍) 신경식(辛卿植) 목요상(睦堯相)의원 등 당중진들이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정계개편추진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자민련 박총재를 맹비난했다. 또 자민련측의 공식사과가 있기 전까지 자민련과는 국회활동을 포함한 국정운영 논의를 거부하기로 했다.

심지어 제정구(諸廷坵)의원은 “자민련은 쓰레기하치장과 다를 바 없는 ‘난지도 당’으로 파렴치범들이 모인 당”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나 국민회의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정계개편에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자 그 틈새를 절묘하게 파고든 셈이다. 현재로서는 공동여당의 이견을 극대화시키는 것만이 탈당도미노사태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책이라는 게 한나라당의 계산이다.

〈송인수·김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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