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총리서리」 강행…국회인준 무산-3일 組閣발표

  • 입력 1998년 3월 3일 06시 27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3일 오전11시 고건(高建)국무총리의 제청을 받아 17개 부처 장관을 임명, 조각을 완료하고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를 총리서리로 임명할 방침이다.

박지원(朴智元)청와대공보수석은 2일 이같이 밝히고 “김대통령은 3일 오전 자민련 김명예총재 및 박태준(朴泰俊)총재와 ‘DJT회동’을 갖고 조각인선안을 최종조율하고 국정현안에 대해서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조각인선에 대해 “당에 있는 사람들이 깜짝 놀랄것이다”며 “그동안 하마평에 오른 당내 의원들의 입각은 많지 않다”고 말해 새로운 인물이 많이 입각할 것임을 시사했다.

김대통령은 이와 관련, 국회본회의가 진행중이던 2일 저녁 김중권(金重權)비서실장을 국회로 보내 김명예총재와 박총재, 국민회의 조세형(趙世衡)총재대행 등 여당지도부와 조각인선문제 등을 논의했다.

김대통령은 3일 오후 총리서리와 각 부처 장관에 대한 임명장을 수여하고 기자간담회를 통해 총리서리체제의 불가피성을 설명한 뒤 청와대에서 새정부 첫 국무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이에 앞서 국회는 2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김종필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을 상정했으나 투표과정에서 여야의원들이 물리적으로 충돌, 투표가 중단되는 바람에 총리임명동의가 무산됐다.

또 한승헌(韓勝憲)감사원장 임명동의안은 상정조차 못했다.

김수한(金守漢)국회의장은 이날 밤 여야총무회담을 주재, 투표함을 봉인 보전한채 본회의를 자동유회시키기로 총무들과 합의했다. 이에따라 총리임명동의안투표는 자동적으로 다음 임시국회때까지 연장되게 됐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투표절차가 종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권이 총리서리체제를 출범시킬 경우 법원에 총리서리에 대한 직무정지가처분신청을 내기로 결정, 투표절차와 총리서리체제에 대한 합법성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때문에 여권이 꼭 김종필총리서리체제만 고집하는데 대한 비판적 시각도 없지않다.

이런 상황에서 여권은 원내안정의석확보를 위해 조기에 정계개편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돼 향후 정국은 여야가 극한적으로 대립하는 가운데 대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한편 2일 본회의에서 여야는 투표방식을 둘러싼 이견과 공방으로 정회와 몸싸움을 반복하는 등 밤늦게까지 진통을 겪다 회의가 자동유회됐으며 이에 따라 제189회 임시국회도 자동폐회됐다.

이날 임명동의안에 대한 표결과정에서 한나라당의원들은 기표소에는 들어갔다 나왔으나 일부 의원은 기표를 하지 않은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는 백지투표를 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의원들은 백지투표가 무기명투표를 명기한 국회법을 위반하는 위법투표라고 주장, 한나라당 의원들의 투표를 제지하는 등 실력저지에 나섰다.이 때문에 투표시작 5분 뒤부터 여야의원들이 뒤엉켜 욕설과 고함이 오가는 등 본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투표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자 김의장은 한때 정회를 선포했으며 여야는 총무회담 등 협상을 벌였으나 투표방법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국민회의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투표가 중단된 뒤 “이는 명백한 무효이므로 정상적인 무기명비밀투표에 의해 재투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맹형규(孟亨奎)대변인은 “신성한 국회본회의장에서 국회법에 따라 정상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표결이 여당측의 물리적 강압행위에 의해 저지되고 국회가 파행으로 치달은 데 대해 분노를 금치 못한다”고 비난했다.

〈최영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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