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인준」정국]김종필 『野 정치매너도 없나』

  • 입력 1998년 2월 27일 20시 07분


27일 오후 ‘3월2일 국무총리동의안을 국회에서 표결처리하겠다’는 여야 영수회담 합의사항을 전해들은 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명예총재는 “알았다”는 말밖에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당직자들도 “그나마 다행”이라는 반응보다는 내심 걱정하는 분위기였다. 한나라당이 ‘JP총리 인준반대’당론을 철회하지 않고 ‘무기명 비밀투표’를 할 경우 동의안이 통과될 것으로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직자들은 곧바로 한나라당 의원들의 성향분석자료를 다시 꺼내놓고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자료는 그동안 한나라당 의원들을 상대로 설득작업을 벌였던 ‘마크맨’들이 찬성의사를 확인한 의원들의 명단을 적어 놓은 것. 한 관계자는 이 자료에 따르면 대략 30여명이 분명한 동조의사를 밝힌 것으로 되어 있다고 귀띔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전원, 그리고 일부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힌 국민신당과 무소속 의원을 제외하고 찬성표를 던질 것이 확실한 자파(自派)인사는 1백30명. 한나라당 의원 중 최소한 16명의 이탈자가 있어야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최근 한나라당이 보여준 ‘묘한 단결력’이 그동안의 기대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

이날 인준안 통과를 자신한 당직자는 없었다. 얼마전까지 “무기명 비밀투표만 할 수 있다면 통과를 100% 자신한다”고 했던 당직자들도 이제는 “해봐야 알지…”라며 한걸음 물러섰다. 강창희(姜昌熙)사무총장도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한 당직자는 “국민회의측이 우리당의 속사정도 모르고 일단 무기명비밀투표만 관철시켰는데 부결되면 어떻게 할 것이냐”며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자민련이 그동안 빨리 ‘총리서리체제’로 가자고 주장한 것도 이런 속사정 때문이었다.

한편 JP는 이날 오전 모처럼 기자들과 만나 “연령과 경륜 경험 인격으로 나라를 이끌어 가려는데…. 문제다”라며 섭섭한 감정을 나타냈다. 그는 특히 “새로 출범한 정부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협력은 해주고 그 다음에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정치적 매너이고 도리가 아니냐”며 한나라당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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