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인준」 可否에 따른 정국 앞날]

  • 입력 1998년 2월 21일 20시 10분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여야가 충돌직전의 상황이다.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의 국무총리 인준동의안이라는 폭발물을 가득 실은 채. 예상충돌지점은 25일의 국회 본회의장. 만일 여야가 정면충돌한다면 정치권에 엄청난 폭발음이 울려 퍼질 것이다. 가까스로 충돌을 피한다 해도 정치권은 정계개편의 회오리에 휘말릴 것이라는 관측이 다수다. 김명예총재에 대한 인준동의안이 부결될 경우 여권에서는 ‘이대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 그동안 “인위적인 정계개편을 하지 않겠다”고 밝혀온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도 ‘칼’을 들 필요성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게 된다. 물론 김명예총재가 입을 정치적 타격은 불을 보듯 뻔하다. 총리 인준을 거부당한 김명예총재로서는 ‘숙적’인 한나라당에 대해 엄청난 강수(强手)를 쓰려 할 것이다. 또 ‘총리 약속’을 지키지 못한 김차기대통령과 김명예총재, 국민회의와 자민련 사이에 균열이 드러날 공산도 크다. 인준동의안이 통과될 경우는 반대의 가정이 성립한다. 반대당론을 정했던 한나라당이 이를 관철하지 못한다면 거대야당의 존립 의의에 대한 회의론과 함께 당내부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지게 돼 있다. 당장 지도부 인책론이 쏟아져 나와 3월10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지도체제 개편 움직임이 빨라질 것이다. 당내 인준 반대론자와 찬성론자는 물론 각 계파 사이에 책임공방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 모든 상황은 한나라당 균열의 원심력으로 작용, 결국 정계개편의 기폭제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 관측이다. 총리 인준동의안이 이처럼 심각한 사안이어서 여야 일각에서는 ‘파국만은 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여야 모두 자존심을 다치지 않으면서 타협할 여지가 별로 없다는 데 있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반대당론을 정한 의원 개개인의 인격을 믿고 무기명 비밀투표로 하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무기명 비밀투표〓인준 통과’로 여기고 있는 당내 강경파들이 이런 의견을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여권은 남은 사흘 동안 한나라당측과 집중 접촉하면서 회유작업을 벌일 예정이지만 한나라당 내에 여권과의 타협을 주도할 ‘확실한’ 지도부가 없다는 점이 장애요인이다. 여기에다 23일로 예정된 검찰의 DJ비자금사건 수사 발표는 여야의 갈등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정황 때문에 총리 인준동의안 처리일이 다가올수록 여권은 물론 야당의 고민도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박제균·이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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