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월권시비]『말 함부로 하지마라』화난 DJ

  • 입력 1997년 12월 30일 19시 54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 당선자의 대통령직 인수위가 30일부터 갑자기 「입조심」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김당선자로부터 호된 질책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인수위는 26일 발족한 이래 △현정부의 경제실정(失政)파헤치기 △대형 국책사업에 대한 전면재검토 △각종 사업에서의 비리의혹에 대한 진상파악 등 굵직굵직한 과제들을 내놓으면서 막강한 힘을 과시했다. 그러나 29일 밤 김당선자로부터 『인수위가 공식적으로 결정되지도 않은 사항을 풀어 놓아 혼선을 빚고 있다』는 지적을 받자 그동안 엎질러 놓은 물을 쓸어 담느라 허둥댔다. 김당선자는 특히 인수위가 마치 현정부의 비리조사위원회라도 되는 듯이 외부에 비쳐지고 있는데 대해 크게 못마땅해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지금 인수위가 보이고 있는 태도는 「월권(越權)」이라는 것이다. 결국 30일 오전 각 분과 간사 회의에서는 이 문제가 심각하게 논의됐고 인수위원들의 입조심을 결의했다. 김한길대변인은 회의 직후 정례브리핑에서 『국민들이 인수위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데 인수위의 활동내용이 잘못 알려질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며 언론의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또 『최근 인수위가 마치 현정부의 비리조사위원회인 것처럼 비쳐지고 있으나 인수위의 고유 역할은 차기 대통령의 원활한 국정수행을 위한 정권인수 작업』이라고 못박았다. 이처럼 인수위가 초반부터 혼란에 빠진 것은 무엇보다 일부 인수위원들이 개인적인 의견을 전체 인수위의 견해인 양 과대포장한데서 비롯됐다. 특히 잘못된 정보에 바탕한 의견 제시도 많았다. 예를 들어 한 인수위원은 『KF2(제2차 차세대전투기)사업을 우선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KF2사업은 아직까지 전혀 구체화하지 않은 구상수준에 불과해 점검해야 할 내용조차 없는 상황이다. 경부고속철사업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한 인수위원의 주장도 마찬가지다. 경부고속철 사업비중에서 해외차입금은 이미 외국은행으로부터 차관도입 계약이 끝나 있고 원리금상환도 2002년부터여서 지금의 외환위기와는 무관한 사안이다. 〈김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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