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당선자는 22일 처음으로 정리해고를 일부수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당일 데이비드 립튼 미국 재무차관과 만난 자리에서 립튼차관이 『임금수준과 고용중 한가지는 희생이 불가피하다』고 건의하자 『임금삭감 등으로 실업사태를 최대한 억제하되 그래도 안될 때는 해고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당선자의 이같은 입장은 대선전과는 상당히 달라진 것이다. 그는 그동안 TV합동토론에서 『임금을 동결하거나 억제해서라도 해고는 막아야 한다. 그렇게 하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등의 방법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벤처기업 같은 새로운 직종을 만들겠다』고 밝혀왔다.
김당선자의 고용정책의 기조가 정리해고 「반대」에서 「불가피」로 바뀐 것은 「IMF난국」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더욱이 IMF측은 『한국 기업을 인수하려 해도 인원정리가 골칫거리』라며 정리해고의 법제화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그는 정리해고의 법제화에 대해서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노동계가 반발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김원길(金元吉)정책위의장은 사견(私見)임을 전제로 『법은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해야 하는 것인데 되레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는 법을 만드는 것은 곤란하지 않으냐』며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지난 노동관계법 개정때 정리해고를 2년 유예했는데 이제 1년밖에 안남았다』고 덧붙였다.
국민회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당선자는 정리해고를 법제화하기에 앞서 무기명장기채를 발행, 3조원 가량의 「고용안정기금」을 확보하려는 생각이다. 장기적으로는 고용안정보험이 적용되는 사업장의 범위를 넓히고 재취업 교육을 확대하는 등의 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김정훈·이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