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돈」 공방도 이날의 쟁점이었다. 공방은 5백50억원과 20억원 사이를 오가며 열기를 더했다.
이인제후보가 문제를 제기했다. 『이회창후보에게는 최근 한나라당이 사채시장에서 5백50억원을 현금화하려 했던 일을 묻고 싶다. 김대중후보도 노태우(盧泰愚)대통령으로부터 20억원을 받았는데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수 있겠느냐』
김대중후보가 수비 겸 이회창후보를 공격했다. 김대중후보는 20억원에 대해서는 『당시엔 노태우대통령이 부정축재하는 줄을 몰랐다. 개인적으로 쓴 적은 없다』고 종전의 해명을 되풀이한 뒤 곧바로 『여당이 사채시장에서 5백50억원을 쓰려한 데 대해 정말 깜짝 놀랐다. 명백히 실명제위반이고 탈세조장이다』고 말했다.
이회창후보는 문제가 된 5백50억원 중 3백억원짜리 어음은 한나라당이 배서한 어음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5백50억원이 아니라 2백50억원』이라고 정정했다. 이회창후보는 『이것이야말로 지금 한나라당이 어떤 처지에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사례』라며 『옛날 여당 같으면 이런 걱정 안한다』고 사채문제를 오히려 「깨끗한 여당론」으로 이어갔다. 그리고는 『김대중후보는 (20억원을) 위문금으로 받았다는데 선거위문금이면 20억원을 받아도 되느냐』고 반격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인제후보는 마치 두마리 토끼를 쫓듯 『조건없는 돈이었다는데 대통령이 되면 조건없는 돈은 받겠다는 것이냐』고 김대중후보를 겨냥한 뒤 곧바로 『이회창후보에게 다시 묻고 싶다. 어떻게 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분이 사채시장의 검은 돈을 끌어다 쓰려고 할 수 있느냐』고 재차 이회창후보를 다그쳤다. 이에 김대중후보는 『20억원 정도는 개인돈인 줄 알았다』고 덧붙였고 이회창후보는 『한나라당은 (천안)연수원 건물까지 내놓을 정도가 됐다』며 「읍소(泣訴)작전」을 계속했다. 그러면서도 상호공격은 쉬지 않았다.
김대중후보는 『한나라당은 3천억원짜리 당사도 있고 연수원도 있는 것을 보니 부자는 역시 다르다. 한나라당이 가지고 있는 3천억원 재산은 전두환 노태우씨가 부정축재한 돈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러자 이회창후보는 『사채문제는 계약하려다 안하지 않았느냐. 그걸 정경유착이라고 하는 것은 아무리 정략이라지만 너무 지나치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인제후보는 끝까지 물러서지 않았다. 이인제후보는 이회창후보의 답변에 대해 『한나라당에 어음을 준 기업은 1천억원이나 되는 천안연수원을 살 정도의 기업이 못된다』며 『사실대로 말하고 국민한테 용서부터 구하라』라고 물고 늘어졌다.
〈김창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