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일을 열흘 남짓 남겨놓은 5일에도 3당 후보들은 각각 서울과 지방을 누비며 표밭을 갈았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의 제일은행 역삼역지점을 찾아가 직원들을 격려하고 자신의 이름으로 「외채갚기통장」을 만들어 3백만원을 입금했다.
이후보는 『우리는 정말로 어려울 때 허리띠를 졸라매고 저축 절약으로 극복했다』며 『내가 집권하면 국제통화기금(IMF)체제를 최단시일내에 벗어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우리 당에서도 전국민 1달러 모으기운동을 벌이고 있다』며 『4천2백만달러가 모이면 큰 공장을 지을 수 있는 만큼 모두가 외채위기를 해결하는 데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후보는 남산의 한국자유총연맹본부를 방문, 연맹 시도지회장 등과 만나 보수우익층의 지지를 호소했다. 이후보의 자유총연맹 방문은 국무총리 시절 「관변단체 지원중단」 발언과 관련, 우익 관변단체들이 강력하게 반발한 이후 처음이다.
〈박제균기자〉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후보는 이날 선거기간중 처음으로 대구를 방문, 거리유세에 이어 경북 구미의 박정희(朴正熙)전대통령 생가를 찾았다.
김후보는 이날 오후 3시경 부인 이희호(李姬鎬)여사와 함께 구미시 상모동 박전대통령 생가에 도착, 박전대통령과 육영수(陸英修)여사의 영정에 헌화와 분향을 하고 묵념을 올렸다. 이 자리에는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 박준규(朴浚圭)고문 박철언(朴哲彦)부총재 등이 동행했다. 박전대통령의 아들 지만(志晩)씨와 조카 박준홍(朴埈弘)씨, 사위 한병기(韓丙起)대사는 미리 와있다가 김후보를 맞았다.
김후보는 생가 앞 공터에 몰려든 5백여명의 당원과 주민들에게 즉석 연설을 통해 71년 대선에서 박전대통령과 경쟁을 벌였던 일을 회고하면서 『경제건설로 근대화의 기반을 닦은 박전대통령의 공로는 누구도 잊지 못할 것』이라고 박전대통령을 추켜세웠다.
김후보는 이어 『박전대통령이 지하에서 이 광경을 보고 있다면 나에게 「정말 고맙다. 생전에 화해를 하지 못했으나 이제 화해하게 돼 기쁘다. 나라일을 맡아 내가 못한 일을 해달라」고 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미〓김정훈기자〉
○…국민신당 이인제(李仁濟)후보는 5일 전날에 이어 연고지인 충남 지역을 누비며 「번개유세」를 계속했다.
이날 새벽 충남 홍성의 한 축산농가에서 젖을 짜는 시범을 보이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 이후보는 서산 당진 예산 아산 천안 등을 잇따라 방문했다.
그는 서산 버스터미널 앞 등지의 유세에서 한나라당 이회창후보를 겨냥, 『멀쩡한 나라를 망쳐 놓고 어디 고개를 내밀고 정권을 달라고 하느냐』면서 「수치스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힐난했다.
그는 또 『멀쩡한 두아들을 빼돌리고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는데 군의 사기가 무너지면 북한군이 어떤 유혹을 받겠느냐』며 이회창후보를 경제 안보위기의 장본인으로 몰아세웠다.
그는 을사조약에 맞서 일본군과 싸우다 순국한 수백 의병을 합장한 홍성 홍주의총과 이순신(李舜臣)장군을 모신 아산 현충사를 방문, 국난극복을 위한 「애국심」을 강조하기도 했다.
〈천안〓정용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