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정당은 국제통화기금(IMF)체제를 맞아 이미 만들어 놓은 공약을 수정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고치는 항목은 주로 경제성장률 같은 거시경제지표와 돈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한나라당은 3일 오전 공약발표여부를 놓고 진통을 겪었다. 공약집 「이회창의 실천약속」이 IMF체제 이전에 만든 것이어서 실현가능성이 떨어진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래서 공약발표문의 서두에 『앞으로 세부 내용이 변경될 수도 있다』는 토를 달았다.
대표적인 수정대상은 「2002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 3백만명 고용 창출」. 당초 경제성장률을 6%선으로 잡고 산정했으나 IMF체제에선 3%선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소비자물가 2∼3%, 금리 2000년까지 8%대, 2002년까지 6∼7%대 억제」도 다소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5년간 중소기업에 20조 지원」 공약도 집권 첫해인 내년에는 당초 목표액보다 1조원 정도 줄일 것을 검토중이다. 교육비를 GNP의 6%선까지 확보하겠다는 공약도 기조는 유지하되 GNP 자체가 예상만큼 늘지 않는 만큼 일부 사업의 우선순위를 뒤로 늦출 생각이다. 반면 사회간접자본 사업은 가급적 기존 계획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2일 김대중(金大中)후보의 공약발표 때 『98년에 당장 큰 돈이 들어가야 하는 대형국책사업은 제외했다』고 밝혔다. 대신 경부고속전철이나 인천국제공항 등 사회간접자본은 현재의 밑그림을 그대로 추진하되 사업비 절감방안을 꾀하겠다고 부연 설명했다.
금융실명제에 대한 입장 변경도 따지고 보면 IMF 때문이다. 국민회의는 그동안 줄곧 실명제의 골격은 유지하되 대체입법으로 일부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이번에 「IMF구제금융기간중 실명제 유보」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반면 국민신당은 △임기내 7% 금리 달성 △6∼7%대 성장률 유지 △부가가치세 인하 △조세체제정비를 통한 세부담 경감 등을 공약했지만 집권후 1∼2년내에 이를 실현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내용수정을 검토중이다.
또 △2008년까지 농업분야 1백조원 투자 △남북한간 도로망 구축 △임기내 보건의료예산 1%에서 5%로 증액 등 이미 밝힌 원대한 사업구상도 타당성 여부를 재검토하고 있다.
〈송인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