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대구 실내체육관에서는 「부처님 진신사리 친견 영산대법회」가 1만여명의 불교 신도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정당연설회도 대폭 축소되고 거리유세는 청중이 고작 1백∼2백명에 불과한 때라 이런 대규모 행사를 각 대통령후보 진영에서 그냥 지나칠리 없었다. 한나라당 서훈(徐勳) 국민회의 추미애(秋美愛) 자민련 박철언(朴哲彦)의원과 국민신당 이인제(李仁濟)후보의 부인 김은숙(金銀淑)여사가 참석하는 등 세후보 진영에서 모두 사람을 보냈다.
그러나 주최측은 『수십년 전부터 해마다 한번씩 해온 순수 종교행사로 정치인들을 한명도 초청하지 않았다』며 이 행사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경계했다. 한 스님은 66년 이후 해마다 빠짐없이 법회를 열어온 연혁표를 내밀기까지 했다.
하지만 주최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30여년간 단 한번도 겨울철에 열린 적이 없었던 법회를 대선이 있는 올해만 유독 12월에 열었다는 점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더구나 행사명은 「부처님 사리친견」이었지만 「국민에게 보내는 메시지」 등 정치적 냄새를 풍기는 내용도 있었고 정치인들은 「축사」를 통해 불자(佛子)들에게 한표를 부탁하는 연설을 허락받기도 했다.
대구에서는 92년 대선을 앞두고 동화사 통일대불 준공식이 열려 대선후보들이 모두 참석한 적이 있었다. 이후 이 통일대불 건립자금 조성과정에 대한 의혹이 제기돼 한때 큰 논란을 빚기도 했었다.
대구선관위 관계자는 『깨끗한 선거에 앞장서야 할 사회종교단체가 은근히 「표」를 무기로 대규모 행사를 여는 것은 공명선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씁쓸해 했다.
〈대구〓윤종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