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趙연대」 10일부터 본격 공동선거운동

  • 입력 1997년 11월 9일 19시 55분


신한국당의 이회창(李會昌)총재와 민주당의 조순(趙淳)총재는 9일 아침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부부동반으로 조찬회동을 가졌다. 낮은 지지율과 시끄러운 당내사정으로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던 두 총재는 「이―조 연대」의 성사를 자축하며 모처럼 활짝 웃었다. 회동이 끝난 뒤 이총재는 『조선배님과 힘을 합쳐 좋은 정치를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고 조총재는 『이총재의 말에 더 붙일 것이 없다』고 화답했다. 두 총재는 10일 함께 산업현장을 방문, 경제살리기에 한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오늘 모임으로 사실상의 공동선거운동이 시작됐다』는 게 서상목(徐相穆)신한국당대선기획본부장의 얘기다. 신한국당은 이날 김태호(金泰鎬)사무총장, 서본부장 주재로 각각 전략회의를 열어 「이―조 연대」에 따른 향후대책을 점검했다. 회의에서는 연대의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주조를 이뤘다. 한 참석자는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의 지지율이 「DJP 역풍(逆風)」으로 주춤하거나 떨어진 것으로, 이인제(李仁濟)국민신당후보에게도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신당지원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반면 「이―조 연대」의 시너지효과는 상당히 큰 것으로 자체조사됐다』고 말했다. 이총재측은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는 26일 전까지 지지율 2위를 탈환한다면 명분이나 조직면에서 유리한 이총재가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이를 위해 10일부터는 본격적인 「포지티브 캠페인」에 돌입한다는 게 이총재측 전략이다. 이총재와 조총재는 당분간 함께 필승결의대회나 민생현장을 다니면서 「정치〓이회창, 경제〓조순」의 역할분담을 주조로 한 「투톱 시스템」을 가동할 예정이다. 이총재측은 그러나 만의 하나 나타날지도 모를 「이―조 연대」의 역풍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대중총재가 「DJP 연대」를 『기적 같은 일』이라고 기뻐했지만 오히려 부작용만 부각한 만큼 그같은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는 게 이총재측 판단이다. 특히 「후보〓이회창, 총재〓조순」의 역할분담이 「DJP 연대」처럼 「권력 나눠먹기」로 비칠 가능성에 대해 상당히 걱정하는 분위기다. 이사철(李思哲)대변인이 8일 논평에서 『두 총재의 결합은 대통령 임기 절반과 각종 자리, 대통령제 포기까지 주고 받는 「DJT 노인」들의 권력나눠먹기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날 회의에서 「두 총재는 가급적 당대당 통합과정에 관여하지 않고 지구당위원장 배분 등의 지분나누기 등도 조용히 처리한다」고 의견을 모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민주당 일각에서는 10일로 예정됐던 양당 총재의 기자회견까지 연기하는 등 반발기류가 만만치 않다. 조총재는 이날 총재단과 당3역을 불러 만찬을 함께 하며 연대의 당위성을 설명했지만 이부영(李富榮)부총재는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신한국당내 비주류측도 10일 모임을 갖는 등 반발조짐이 표면화하고 있다. 당내에서 먼저 일기 시작한 역풍을 어떻게 헤치고 나가느냐가 「이―조 연대」가 맞닥뜨린 첫번째 과제인 셈이다. 〈박제균·정용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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