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락하던 주가가 마침내 500선이 무너지는 최악의 국면을 맞았다. 국내경제 혼란에다 해외 주가의 연쇄폭락으로 우리나라도 어제 사상 최대의 주가 낙폭(落幅)을 기록, 증시는 붕괴 직전이다. 투자자들의 투매와 절망감으로 불안심리가 팽배하면서 증시는 물론 경제 전반에 공황감이 급속하게 확산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해외증시 동향을 예의 주시하며 긴급 증시안정책을 펴야 한다.
최근 미국을 비롯, 유럽 중남미 등 세계 대부분 증시에서 주가가 동반폭락하고 거래중단 사태가 잇따랐다. 뉴욕 증시에서는 27일 다우존스공업지수가 5백54포인트나 떨어져 87년 블랙 먼데이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동남아 금융불안이 세계 증시에 일파만파를 일으키며 주요국 주가가 하락 도미노 현상을 보였다. 미국의 경제상황이 좋고 저금리 저인플레정책이 견지될 전망이어서 뉴욕주가가 곧 회복되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단시일내의 회복은 어렵다는 견해도 만만찮음에 유의해야 한다.
해외증시가 회복되더라도 우리나라 증시에서는 좀처럼 호재를 찾기 어렵다는 데 문제가 있다. 금융 외환시장혼란과 대기업부도 장기불황 등 경제난에다 해외요인까지 겹쳐 불섶에 기름을 부은 것처럼 증시가 최악의 상황으로 나타났다. 기본적으로는 연쇄부도 우려를 씻고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와 대책이 절실하다.
증시불안이 다른 분야로 번지는 사태만은 총력을 기울여 차단해야 한다. 증시가 붕괴하면 수많은 투자자의 피해는 물론 기업들의 직접자금조달 기회가 막혀 설비투자가 불가능해진다. 나아가 경제와 사회 전반에 위기감을 불러 가뜩이나 비틀거리는 경제가 회복불능 상태에 빠질 수도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정부는 각종 연금과 기금의 여유자금으로 주식을 매입하고 기관투자가에게도 매수우위를 유지토록 독려할 필요가 있다. 사태가 더 악화하기 전에 기관투자가들에게 특별자금을 지원해 주가를 떠받치는 방안도 검토하기 바란다. 외국인 투자자금의 증시이탈도 억제해야 한다. 8월 이후 외국인의 주식매각은 1조원이 넘는다. 이를 진정시키려면 외국인투자자가 우려하는 환율급등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뾰족한 대책이 없다며 사태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정부의 자세는 무책임하다.
금융시장이 대폭 개방된 현실을 감안해 해외 금융시장의 움직임을 신속하게 추적,대처하는 시스템 구축이 급하다. 최근까지 정부는 동남아 금융위기가 우리에게 직접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안이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동남아 위기에서 촉발한 해외주가 폭락은 거의 동시에 우리 증시에 엄청난 타격을 주었다. 정부의 정책대응도 개방화시대에 맞춰 해외동향과 긴밀한 연계체제를 갖추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