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참을만큼 참았다』…YS,「李총재와 결별」굳힌듯

  • 입력 1997년 10월 27일 19시 40분


청와대측은 이회창(李會昌)신한국당총재와의 결별 결심을 굳힌 것 같다. 22일 이총재가 김영삼(金泳三·YS)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한 직후 청와대 관계자들은 『누가 만든 당인데 나가라 마라 하느냐』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총재 진영이 본격적으로 「청와대 음모론」 공세를 펴는 데도 아예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고위관계자들은 27일 『변명하고 싶지도 대꾸하고 싶지도 않다』며 「마음대로 하라」는 식의 반응이었다. 심지어 한 핵심관계자는 『이제 신한국당은 다수당일 뿐이지 집권여당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김대통령도 이총재와 결별하겠다는 의지를 굳혔다는 뜻이다. 김대통령의 이같은 결심은 이총재의 탈당요구 다음날 5당 후보 개별회동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이총재의 회동 거부에 청와대 관계자들이 『개의치 않겠다』는 반응을 보일 때부터 이미 드러난 셈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날 이총재 진영에 가담했던 「YS직계」 인사들에게 청와대측이 철수를 종용하고 있다는 이총재측 주장에 대해서도 부인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런 사태는 이총재가 김대통령의 「역린(逆鱗)」을 건드린 결과라고 말한다. 김대통령은 그동안 아무런 사전상의 없이 총재직 조기이양요구, 두 전직대통령의 사면건의, 정강정책개정 등을 추진할 때도 불쾌감을 억누르며 이총재 지원의사를 철회하지 않았다는 게 청와대측 주장이다. 그러나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의 비자금 의혹을 상의없이 터뜨려 놓고 지지율이 오히려 하락하자 자신에게 화살을 겨누는 행동에는 김대통령도 참을 수 없었고 이런 기류가 청와대내에 간접 전달됐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김대통령은 지난 주말에 이어 이날도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언동에 조심하라』고 비서진에 재차 지시했다. 또 다른 공세의 빌미를 피하고 싶다는 뜻이다. 김대통령은 결별의 수순으로 4당 후보들과의 연쇄회동 이후 원로들과도 대화를 나누는 절차를 거쳐 입장을 정리하는 방안을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코 떼밀리는 모양으로 탈당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인 듯하다. 〈이동관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