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에 입당할 예정인 엄삼탁(嚴三鐸)전병무청장은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DJ)총재의 당선을 위해 막후 조직활동을 벌이고 있다. 엄씨는 현재 서울 강남구 역삼동 등에 3개의 사무실을 마련해 놓고 활동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는 베일에 가려 있다. 다만 26일 엄씨의 주선으로 김총재까지 참석한 서울 팔레스호텔 모임이 엄씨의 향후 행동반경을 짐작케 하는 실마리를 제공해 준다.
이 모임에는 ROTC 출신 예비역 장교들과 최형우(崔炯佑)신한국당고문이 이끌었던 민주산악회 강원 영남지역 일부 간부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ROTC 3기출신인 엄씨는 ROTC중앙회(회원 11만여명)의 창설멤버이기도 한 원모씨 등과 함께 김총재를 지원하기 위한 세규합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ROTC 예비역 인사들을 규합하는 데는 같은 ROTC출신인 김총재의 차남 홍업(弘業)씨도 가세하고 있다는 것.
엄씨가 관여하고 있는 또 하나의 조직은 신한국당 최고문의 직계로 분류되는 민주산악회 산하 A산악회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 영남지역 등 전국에 1만5천여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산악회 간부 중 일부를 「친(親)DJ성향」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
엄씨는 또 안기부 기조실장 시절부터 관리해온 각종 관변단체들을 묶는데도 개입하고 있다. 특히 안기부 재직시절부터 재정지원을 해온 경북도민회를 중심으로 김총재의 취약지역인 영남권에 DJ인맥을 심는데 주력하고 있다는 것.
엄씨와 함께 경남 사천출신으로 KBS사장을 지낸 박현태(朴鉉兌)씨도 DJ의 영남권공략의 「비밀병기」로 참여하고 있다.
엄씨는 본격적인 대선전이 시작되면 자신의 인맥을 국민회의 영남권 선거운동의 주축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엄씨의 활동이 과연 「순풍에 돛달듯」 순항(順航)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엄씨의 움직임이 사조직 활동으로 판정될 경우 선거법의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윤영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