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막오른 김정일 권력승계

  • 입력 1997년 9월 22일 20시 31분


김일성(金日成)사망 이후 3년 넘게 유훈통치를 해오던 북한이 마침내 김정일(金正日)의 권력승계를 위한 공식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 노동당 평안남도 대표회가 21일 김정일을 당총비서로 추대한 데 이어 곧 시도별 직능단체별 추대 움직임이 확산될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김정일은 당 창건일인 다음달 10일경 당 총서기로 취임하고 북한의 권력체제는 과도기를 벗어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불확실한 권력체제를 유지해 오던 북한이 김정일의 당 총서기 취임을 통해 일단 안정된 권력의 틀을 마련하는 것은 우리에게도 크게 나쁠 것이 없을지 모른다. 북한 정세가 혼미스러우면 그만큼 한반도 정세도 어지러워진다. 무엇보다 정부차원에서 볼 때 북한에 분명한 대화상대가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그러한 상대가 없는 상태보다는 낫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 권력세습체제의 한심한 모습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봉건왕조 때와 같은 세습체제가 지금 이 지구상 어디에 또 있는가. 게다가 수많은 주민들은 기아에 허덕이고 인권유린과 마약밀매 등 비도덕적인 행동으로 국가 위신은 완전히 추락해 있다. 따지고 보면 이 모든 것들은 김일성 김정일의 세습독재 때문이다. 김정일은 순탄하게 권력승계를 하더라도 체제안정과 권력기반을 확고히 다지기 위해 많은 난관과 도전을 극복해야 한다. 최악의 국면에 빠진 경제난을 해결하고 공산주의 붕괴와 자유주의 물결로 계속 침식당하고 있는 자신의 권력기반을 다져야 한다. 권력유지를 위해서는 철저한 통제 폐쇄정책을 취해야 하나 경제난해결을 위해서는 외국자본의 유입과 교류확대를 피할 수 없는 형편에 있다. 그러나 김정일이 선택해야 할 길은 개혁과 개방뿐이다. 지금의 경제상태로는 언제 붕괴위기가 닥칠지 모른다. 북한은 당면한 식량난 해결과 외교적 고립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미국이나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꾸준히 도모할 것이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한국을 외면하고는 북한의 어떠한 국제사회 진출도 어려운 게 오늘의 현실이다. 김정일정권은 이제 남북한 관계개선이나 4자회담이 왜 필요한 것인지 새로운 각도에서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김정일의 권력승계는 오래 전부터 예정되어온 일이지만 우리 역시 그에 따른 면밀한 대책을 세워야함은 물론이다. 김정일은 지금까지의 대외노선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다. 그러나 북한은 예측할 수 없는 사회인데다 김정일 또한 많은 부분이 베일에 가려져 있는 인물이다. 앞으로 가변적인 요소가 많을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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