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른 김대중(金大中·DJ), 느긋한 김종필(金鍾泌·JP)」.
국민회의와 자민련 양당간에 3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후보단일화 협상은 시종 이같은 구도로 진행돼 왔다. 그러나 협상시한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20일부터 DJP 후보단일화 협상은 중대한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날 국민회의 한광옥(韓光玉) 자민련 김용환(金龍煥)부총재 등 양당의 협상소위 관계자들은 지난달 26일 이후 중단됐던 단일화 협상소위를 재개했다. 이 자리에서 후보단일화를 전제로 한 공동정권 구성 및 운영방안 등에 관해 상당부분 의견을 접근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양당 관계자들은 다음주 초에 다시 소위를 열어 대통령후보를 내지 않은 당에서 국무총리를 맡고 각료직은 5대5로 배분키로 하는 등의 합의사항을 토대로 합의문 작성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후보단일화 협상이 급류를 타듯 빠르게 진행되는 이유는 최근 정국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먼저 국민회의 관계자들은 최근 여론조사결과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김대중총재의 당선가능성이 최고 50% 가깝게 나오자 대선사상 초유의 상황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지지도가 30%를 밑도는 「불안한 1위」이기 때문에 결코 낙관할 수 없다는 의견도 당내에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국민회의는 성사만되면 당장 6∼8%의 지지도 상승효과를 낼 것으로 추정되는 DJP후보단일화 협상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김대중총재는 소속의원들에게 자민련 의원들을 만나 단일화협상 분위기를 조성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또 자신이 직접 자민련 김종필총재와 담판을 벌이겠다는 뜻도 밝히고 있다. 그동안 김대중총재는 김종필총재와 추석연휴에 한차례 극비회동을 추진했으나 자민련 김총재의 거부로 불발에 그쳤다.
김대중총재는 19일 CBS 경실련 공동주최 토론회에서 『이달말까지 후보단일화 협상타결을 위해 자민련 김총재와 담판을 짓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변화는 내각제와 후보단일화를 「일괄타결」하자는 「협상의 마지노선」마저 양보할 뜻을 김대중총재 측근들이 내비치고 있는 점이다. 김대중총재가 김종필총재와 만나 먼저 15대 국회내 내각제개헌을 약속해주되 공표는 적절한 시기에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변화는 이인제(李仁濟) 전 경기지사의 독자출마로 지지도가 3위로 떨어진 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대표가 30일 총재직 이양을 받는 전당대회를 계기로 지지도가 반등(反騰)할 것에 대비한 「견제구」 성격이 짙다는 게 정치권의 유력한 분석이다.
또 김종필총재가 내각제 개헌을 전제로 여권에 제안한 정계개편에 대한 미련에 쐐기를 박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
〈최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