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재님, 더이상 좌고우면(左顧右眄)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됩니다. 어려운 때일수록 원칙과 정도를 지켜야 합니다』
야권의 DJP단일화와 여권과의 내각제제휴를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는 자민련 김종필(金鍾泌)총재의 「등거리(等距離)전략」을 재고(再考)해야 한다는 당내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이는 그동안 김총재의 지지율 하락은 DJP 단일화협상 때문이라는 시각이 팽배해 있어 감히 누구도 하지못했던 말이다.
하지만 그동안 단일화협상에 부정적이었던 상당수 인사들이 단일화지지로 속속 「전향」하면서 주요당직자들이 말문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계속 여권의 「손짓」에 화답하는 듯한 김총재의 모습이 최근의 지지도 하락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추석연휴중 김총재와 골프를 같이 한 강창희(姜昌熙)사무총장과 이정무(李廷武)원내총무 등도 『이젠 총재가 방향을 잡아줘야 한다』고 직접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분위기는 19일 간부회의에서도 나타났다.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여권과의 제휴는 가능성이 없고 명분에도 맞지 않다』며 DJP단일화로 당론을 「단일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협상시한인 9월말까지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정국의 흐름을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었지만 소수에 그쳤다.
그러나 이같은 당 안팎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김총재는 여전히 유보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단일화는 곧 김총재의 후보양보」라는 일반적인 인식 속에서 다른 가능성의 문을 닫아 놓을 경우 자신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10월까지 정국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그의 발언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