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색깔 불씨 살아날라』 조심 조심

  • 입력 1997년 8월 26일 19시 49분


鄭東泳(정동영)대변인의 안기부 출두요구에 대한 국민회의의 대응이 조심스럽다. 26일 오전 간부회의의 공식입장은 『기다려주기 바란다』는 것. 물론 출두할테니 기다려달라는 얘기는 아니고 吳益濟(오익제)씨의 「기획입북설」을 제보한 제보자를 안기부에 출두시키는 문제를 설득중이니 시간을 달라는 것이다. 金民錫(김민석)수석부대변인은 그러면서 『정대변인이 입수한 제보내용은 이미 사실 그대로 안기부에 전달했다. 현역의원 및 대변인에 대한 안기부 출두요구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는 이날 간부회의 결론을 덧붙여 발표했다. 얼른 보면 「출두 거부」를 분명히 한 것 같지만 행간(行間)은 매우 정중하고 유화적이다. 안기부와의 일전불사(一戰不辭)를 외치며 안기부 관계자에 대해 안기부법의 「정치관여금지」 조항을 적용, 고발까지 검토하던 얼마전의 강경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태도다. 국민회의의 유화적 태도에는 안기부와 다시 격돌하면 그나마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는 金大中(김대중)총재에 대한 「색깔시비」가 재연될게 뻔하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김총재에 대한 「색깔시비」를 반박하기 위해 「총력대응체제」까지 동원한 국민회의로서는 「기획입북설」과 정대변인의 안기부 출두문제로 또다시 홍역을 치르고 싶지 않은 것이다. 또 「기획입북설」은 좀 지나쳤다는 후회도 작용한 것 같다. 정대변인 스스로도 『「기획입북설」은 안기부가 오씨의 월북을 사전인지해 놓고도 방조 내지 방치한 것 아니냐는 의혹제기였다』고 「진의」를 해명했지만 당간부들 역시 무리수였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또 안기부와의 대치전선이 장기화되면 결과적으로 김총재의 「색깔」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이어지기 쉽다는 곤혹스러움도 깔려 있다. 『출두요구 서한이 고압적이기 짝이 없다』면서도 유화제스처를 취한 간부회의 결정의 행간은 그런 것들인 것 같다. 〈김창혁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