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의 李會昌(이회창)대표는 외관상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그러나 정작 이대표 진영에서는 초조감이나 적극적인 대응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는다.
27일 열린 핵심측근들의 모임에서도 28일의 TV토론 준비에만 열중했을 뿐이다. 이대표 자신도 지난 사흘 동안 TV토론 준비에만 온 힘을 쏟았다.
물론 이대표진영이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은 아니다. 이대표 캠프가 조용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대표나 핵심측근들이 직접 나서기보다는 철저하게 「대리전」을 벌이기 때문이다.
黃明秀(황명수)전의원은 28일 당무회의에서 李壽成(이수성)고문의 「호남대통령」 운운에 대해 『경선에 참여하고 축하연에서 시루떡을 자른 사람이 외국에 나가서 이상한 발언을 한다면 해당행위』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이대표는 『진의가 그런 뜻이 아닌데 전달과정에서 와전된 것 같다』며 더이상의 확전(擴戰)을 가로막았다. 이대표는 李仁濟(이인제)경기지사쪽의 「국민후보론」에 대해서도 『그런 얘기가 있느냐』며 짐짓 관심을 두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李漢東(이한동) 이수성고문이 야권을 넘나드는 데 대해서도 이대표는 일절 언급을 하지 않는다.
지금 직접 나서 뭐라고 얘기해봐야 「불난 집에 기름붓는 꼴」이 될 것임을 너무 잘알기 때문이다. 대신 이대표는 28일 申鉉碻(신현확)전국무총리 李源京(이원경)전외무장관 등 TK원로들과 오찬을 한 데 이어 29일에는 朴泰俊(박태준)포항보선당선자와 만나는 등 「외곽행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당장 될 일도 아닌 경선후보 달래기에 힘을 쏟는 것보다 외곽 정지(整地)작업을 통해 내부 평정(平定)을 하겠다는 심산인 듯하다. 다만 아들의 병역문제에 대해서는 이대표 스스로 나서는 등 「정면돌파」로 방향을 돌렸다.
아무튼 이대표측은 「당내외의 흔들기는 아직 이대표 체제가 착근(着根)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서둘러 「친정(親政)체제」를 구축할 태세다. 핵심측근들은 『이 과정에서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도움도 확실히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직 이대표측이 바라는 수준의 내부 평정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이한동 朴燦鍾(박찬종)고문의 경우 아예 잠적해 입을 다물고 있고 이수성고문도 해외 여행중이다.
김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오면 당 내분 추스르기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이나 그 또한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 미지수다. 현재 여야가 뒤엉킨 가운데 벌어지는 대선구도의 가변성(可變性)은 누구도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박제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