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이회창을 한마디로 평하라면 나는 서슴없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단정한다. 인간은 돈과 권력 앞에서는 흐트러지기 쉽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의연한 자세로 정의와 원칙을 내세워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청소년 시절부터 남달리 정의감과 책임감이 투철했다. 중고교 시절 그가 변론반활동을 할 때 목청을 높여 외쳐댄 웅변의 주된 내용은 대개 정의와 책임에 관한 것으로 기억한다. 어려서부터 그의 머리 속에 자리잡은 정의감과 책임감은 그가 법관으로 근무하는 동안 「소신있는 법관」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부정과 불의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그의 마음은 억울하게 침해당한 인권이나 권리 등을 어떻게든지 바로잡으려는 행동으로 나타났다. 그가 대법관으로 근무할 때 인권개선을 위한 전향적 판결과 가장 많은 소수의견을 낸 것도 그때문일 것이다. 그의 판결이나 소수의견에는 법에 내재된 가치를 발견하고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고뇌한 흔적이 들어있다. 그의 신중한 행동과 「법대로」라는 이미지 때문에 그를 매우 엄격하고 차가운 사람으로 평하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그의 외모는 다소 차가운 인상을 주는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근 50년간 그를 가까이 접한 나로서는 그는 외모와 달리 속마음은 누구보다도 따스하고 인간미가 넘치는 사람임을 알고 있다. 더구나 오랜 가톨릭신자로서 종교생활을 해오면서 내면적 정신세계에 기독교의 사랑을 수용함으로써 이웃의 고통과 아픔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세중<전 대한변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