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도에도 서울처럼 많은 비가 내립니까』 『백두산 근처 날씨는 어떻습니까』
최근 기상청에 북한의 날씨를 묻는 실향민들의 애타는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남한지역에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는 기상청 예보실에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
장마기간에 집중호우가 쏟아지고 비피해가 발생하자 실향민들은 혹시나 지난 95년 8월과 같이 북한의 고향지역에 또 폭우가 내려 수해가 발생하지 않을까 속을 태우고 있다.그렇지 않아도 굶어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북한에 집중호우가 내릴 경우 엄청난 비극이 발생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
부모 형제를 남겨 놓고 혼자 남한으로 내려왔다는 南宮珊(남궁산·62·서울 용산구 동빙고동)씨는 『실향민들은 최근 북한주민들이 야산을 불태워 화전경작을 하는 바람에 비가 오면 대규모피해가 날 가능성이 크다는보도를보고비가 올 때마다 남몰래 애를 태우고 있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실향민들의 전화문의가 쇄도하자 최근 이례적으로 언론사에 공문을 보내 「북한지역 일기예보를 좀더 자세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기상청 관계자에 따르면 실향민들은 방송국 신문사 등의 일기예보로는 북한지역 날씨를 잘 알 수 없어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북한지역 날씨정보는 일본 도쿄(東京)에 위치한 세계기상기구(WMO) 기상자료센터에 북한이 보내는 개괄적인 날씨정보를 넘겨 받아 분석한 것. 기상청은 이를 토대로 북한 주요지역의 날씨개황 기온 및 비올 확률 등을 예보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실향민들이 알고 싶어하는 강우량 예보는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WMO에 보내는 기상자료가 부족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강우량 예보는 비피해 예방차원에서만 하는 것이기 때문에 방재대상 지역이 아닌 곳에 대한 예보는 하지 않는다는 것.
기상청은 『북한의 올 여름 강우량은 남한보다 2백㎜ 정도 적은 3백∼6백㎜로 알려져 있다』며 『아직까지 북한지역에 큰 비는 내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정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