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신한국당사의 대표위원실은 파장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사무실에 있던 李會昌(이회창)대표의 사물(私物)은 지난 주말에 인근의 후원회 사무실로 모두 옮겨졌고 부속실 직원들도 이대표와의 작별을 앞둔 탓인지 시원섭섭한 얼굴들이었다.
이날 오전에 열린 신한국당의 주요당직자회의. 이대표가 취임한 이후 당직자회의는 기껏해야 『오늘 넥타이가 멋있다』는 정도의 의례적인 말만 오가 「분위기가 다소 무겁다」는 평을 들어왔다. 그러나 이날만은 평소 농담을 잘 하지 않던 이대표도 홀가분하게 가벼운 농담을 던지면서 모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 기자가 『이제 섭섭하지 않으시냐』고 말을 꺼내자 이대표는 한참동안 머뭇거리다가 활짝 웃으며 『시원하지 뭘 그래』라고 큰 소리로 대답해 좌중의 웃음을 유도했다.
바로 옆자리에 앉아있던 金重緯(김중위)정책위의장이 이대표를 위로하려는듯 『누가 물러나라고 합니까』라고 하자 이대표는 『글쎄, 자꾸 나가라고 하잖아』라고 답했다.
이번에는 朴熺太(박희태)원내총무가 『내일은 홍콩도 반환되고 하는데 당권(黨權)도 내놓으시고…』라며 특유의 조크를 던지자 참석자들은 파안대소했다. 그러나 이대표는 『그러면 그동안 식민지였다는 말이냐』라고 뼈있는 말로 되받았다.
그러자 박총무는 『그게 아니고요. 새 시대가 열린다는 의미입니다』라고 재빨리 어색해지려는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 이대표는 곧이어 비공개로 진행된 공식회의에서 당무와 관련된 발언을 일절 하지 않았다. 대표직에서 이미 마음이 떠난 듯한 태도였다.
농담을 던지면서도 간간이 나타난 굳은 표정에는 정치 입문후 가장 큰 파란을 겪었던 대표위원직을 떠나야한다는데 대한 아쉬움이 깊게 배어있는 듯 했다.
〈김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