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개혁 어정쩡…결국 붕괴할것』…美전문가 잇단 전망

  • 입력 1997년 6월 26일 20시 03분


미국의 대표적인 한반도문제 전문가 두 사람이 거의 같은 시기에 북한의 개혁 가능성에 대해 비관적인 견해를 내놓아 관심을 끌고 있다. 하버드대 한국연구소 소장인 카터 에커트박사는 24일 우드로 윌슨센터에서 가진 「북한의 개혁」에 관한 특강에서 북한의 개혁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았다. 에커트에 따르면 북한은 개혁 개방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김일성주의(주체사상)를 부정해야 한다. 그러나 김일성을 부정하는 것은 곧 체제의 존립근거를 부정하는 꼴이 되고 말아 앞으로 5, 6년간 제한된 형태의 개혁을 추구하다 마는 선에서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한 결과는 북한의 「연착륙」이 아닌 「연붕괴」(Soft Collapse)가 될 것이라고 에커트박사는 주장했다. 미국 국제경제학연구소의 연구원인 마르쿠스 놀랜드도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그는 포린 어페어지(7∼8월호)에 게재한 「북한의 얼렁뚱땅식 개혁」이란 글에서 북한도 루마니아와 유사한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놀랜드에 따르면 북한과 루마니아는 많은 점에서 닮았다. 인구, 1인당 국민소득, 사회지표, 중앙계획경제 등이 그렇고 독재자에 대한 개인숭배가 또한 그렇다. 두 나라는 똑같이 70년대 중앙계획경제의 실패로 어려움을 겪었다. 차이점은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는 막대한 외채를 갚으려고 한데 반해 김일성은 그러지 않았다는 점이다. 외채를 갚으려다 보니 루마니아 국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고 생활수준은 급격히 떨어졌다. 대중소요는 경제가 악화되고 나서도 6년이나 지난 87년에 일어났다. 차우셰스쿠는 그로부터 2년뒤 처형됐다. 북한도 본격적인 개혁은 아니나 그렇다고 개혁을 아예 외면해버리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개혁」이 될 것이다. 〈워싱턴〓이재호특파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