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은 11일까지 전국 2백53개 지구당 중 2백48개 지구당에서 전당대회 대의원 선출을 위한 정기대회를 모두 마쳤다. 대통령후보 결정권을 쥐고 있는 전체 대의원 1만2천6백8명 중 70% 정도에 해당하는 8천7백여명의 대의원 선출작업을 완료한 셈이다.
이번 지구당대회에서는 李祥羲(이상희·부산남갑)의원 등 상당수 지구당위원장들이 공개적으로 중립을 선언, 대의원들이 자율적으로 지지후보를 선택하도록 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또 중립선언까지는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위원장들은 경선주자 지지문제에 관해 아예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특정주자의 이름을 거명하면서 지지의사를 밝힌 위원장은 전체 지구당 위원장의 10% 정도인 20여명에 불과했다. 일부 위원장들은 노골적인 지지표명에 부담을 느낀 듯 『중부권에서 대선후보가 나와야 한다』 『문민개혁을 완성할 후보를 지지한다』 『본선에서 이길 후보에게 몰아주자』는 등 우회적으로 지지의사를 표시했다.
이처럼 지지후보를 밝히지 않은 위원장들이 많았던 것은 아직까지 경선판도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은데다 위원장 스스로 마음을 정하지 못한 관망파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선후 당내 입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위원장들로서는 경선전이 막판에 접어들면 어떤 형식으로든 대의원들에게 자신의 의사를 밝힐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지구당별 대의원수가 7명에서 35명으로 늘어난데다 위원장들의 중립선언 여파로 대의원들에 대한 장악력이 어느 정도일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서울의 한 위원장은 『위원장의 의지나 능력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과거처럼 일방적으로 위원장의 뜻을 강요할 수 없을 것』이라며 『위원장들의 의지대로 끌려가지 않을 상당수 대의원들의 향배가 이번 경선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의원 선출방식의 경우 지구당 운영위원회에 일임하는 형식을 취한 경우도 적지 않았지만 사전조정을 통해 지구당 부위원장 고문 직능대표 동협의회장 등에게 골고루 안배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일부 지구당에서는 무기명비밀투표 제비뽑기 등 이색적인 방법도 동원됐다.
金文洙(김문수·경기 부천소사)의원은 지구당 대의원 3백여명이 무기명 비밀투표를 통해 전당대회 대의원을 선출했고 孫鶴圭(손학규·경기 광명을)의원은 대의원 자격이 있는 98명의 명패를 투표함에 넣고 제비뽑기로 35명의 대의원을 골라냈다. 또 金德龍(김덕룡·서울 서초을)의원은 35명의 대의원 중 40%인 14명을 여성대의원으로 선출하기도 했다.
〈김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