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관심이 돌연 양김(金)씨, 즉 金泳三(김영삼·YS)대통령과 金大中(김대중·DJ)국민회의총재간의 「데탕트 무드」에 쏠리고 있다. 신한국당의 한 고위당직자가 23일 느닷없이 6월 임시국회에서의 김총재 연설 문제를 거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 당직자의 말대로 DJ의 국회연설이 이루어진다면 그야말로 상궤(常軌)를 벗어나는 일이다. 지금까지 원외 당대표의 국회연설은 생각조차 하지 못한 일이다. 더구나 국회에서의 당대표 연설은 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되는 행사이기 때문에 요즘같은 대선정국에서 선뜻 베풀기 힘든 「선심(善心)」이다.
사안의 성격상 여당의 고위당직자라해서 섣불리 건드릴 일도 아니다. 청와대측과의 조율없이는 꺼내기 어려운 말이다. 최근의 정황을 봐도 이같은 추론은 가능하다. 김대통령은 지난 20일 「5.19」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 및 당총재로 선출된 김총재에게 축하전화를 걸었다. 대통령 취임후 처음있는 일이었다.또 姜仁燮(강인섭)정무수석비서관을 일산자택으로 보내 축하화분을 직접 전달케 했다.
여당측은 왜 그런 발상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꺼린다. 속내를 내비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세는 생각보다 적극적이다. 국회법상 조문만으로는 원외 당대표에게 연설기회를 준다는 게 어색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시켜서는 안된다」는 조항은 없다. 따라서 여야가 합의만 하면 김총재의 국회연설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문제는 「여야합의」 과정과 내용이다. 이 대목에서 여권이 김총재에게 호의를 베푸는 명분이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92년 대선자금 문제 등으로 궁지에 몰린 YS가 돌파구를 찾기 위해 내놓는 해법의 일환이 아니겠느냐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이처럼 「속보이는」 수준의 카드가 과연 유효하겠느냐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임기말에 그야말로 벼랑끝에 선 YS가 뭔가 「정치 이전」 또는 「정치 이상」의 상념(想念)에 젖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대두된다.
아무튼 YS와 DJ간 「데탕트 무드」의 실체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최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