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자금 문제에 대한 여권의 「해법」이 윤곽을 드러내자 여야의 공방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여권 핵심부가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대선자금 해법의 윤곽은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21일 고위당정회의에서 92년 대선 당시 엄청난 규모의 자금을 쓸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솔직히 고백한다 △대선자금 규모 파악을 위해서는 검찰수사가 불가피하지만 현 경제상황 등을 감안할 때 수사는 어렵다 △수사를 하지 않는 것이 문제된다면 김대통령이 임기가 끝난 뒤에 책임을 지겠다는 점을 천명한다 △대선자금이 법정한도를 초과했다고 시인하는 것은 새로운 정쟁의 소지를 만들 우려가 있기 때문에 불가하다는 것 등이다.
여권은 이에 대해 「최선의 해법」이라고 자평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김대통령이 임기를 마친 뒤에 사법처리를 비롯한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너무 심하지 않으냐」는 지적에 제동이 걸렸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김대통령 임기후에 「대선자금 규명을 위한 검찰수사 중지 책임」만을 지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는 것.
이와 관련, 신한국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18일 『대통령이 「임기후 책임」까지 거론하면서 호소하면 국민들도 납득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당의 한 관계자도 『대통령에서 물러난 사람에게 검찰수사를 시키지 않았다고 책임을 묻는 일은 없을 것이다』며 『현명한 해법』이라고 말했다.
물론 야당의 입장은 판이하다. 대선자금의 전모와 용처가 밝혀질 때까지 공세를 계속할 태세다. 특히 盧泰愚(노태우) 전대통령이 김대통령에게 건네 준 대선자금과 한보제공 자금만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주장에서 물러서지 않는다. 국민회의는 21일 김대통령의 입장표명과 동시에 「십자포화(十字砲火)」를 퍼부을 기세다. 대선자금 공세를 대선운동과 연계시킨다는 것이 야권의 전략이다.
그러나 야당의 공세에 대해 신한국당은 묘책이 없는 형편이다. 더욱이 여권은 金賢哲(김현철)씨의 총선지원금과 대선잔여금 문제까지 불거져 운신의 폭이 한층 좁아진 처지다.
〈박제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