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자회담 왜 늦어지나]北강경파 「先식량지원」주장

  • 입력 1997년 4월 20일 20시 08분


미국 뉴욕에서 열리고 있는 「4자회담을 위한 3자설명회 후속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북한대표단은 「이 순간 이 문제로 지구상에서 가장 괴로운 사람들은 자신들」이라고 여기고 있다. 본국의 훈령이 오질 않아 2차로 예정됐던 18일 오전과 다시 그들의 요청으로 연기됐던 오후 4시회의 및 19일 회의마저 포기해야 했던 입장을 잘 표현해 주는 말이다. 북측은 결국 21일에 다시 회의를 개최하자고 수정제의를 해 왔지만 회의가 속개될 수 있을지는 그 날 이전에 평양의 훈령을 받느냐에 달려있다. 북한대표단의 딜레마는 한마디로 평양을 떠날 때 갖고 온 협상카드의 제한성 때문이다. 즉 그들은 이번 회의에서 『4자회담에 원칙적으로 참석하겠다』는 의사표현만하는 수준에서 입장을 정리하고 회의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그 정도만 갖고도 한국과 미국의 욕구를 어느정도 충족시키고 잘하면 식량까지 얻어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던 것 같다. 그러나 막상 1차후속회의가 열리자 북한대표단은 한미 양국 특히 미국측의 단호한 공세에 봉착하게 됐다. 형식적인 수락의사 표명은 받아들일 수 없으며 4자회담을 위한 예비회의와 본회담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라는 한미양국의 확고한 방침을 통보받으면서였다. 식량문제가 현안으로 걸려있어 입지가 상당히 좁아진 북한은 전부 혹은 전무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상태. 하지만 이는 대표단의 결정권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다. 따라서 평양에 지침시달을 요청했지만 이 회담자체에 비판적인 북한내 강경파들의 영향때문에 대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 것 같다고 한미양국의 회의참석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북한대표단의 한 참석자는 『식량원조에 대한 확답을 듣지 않고 회담에 나가는 것은 함정에 빠지는 것』이라는 북한내 강경파들 때문에 원칙적 수락이라는 카드를 갖고 나오는 것도 힘들었다며 추후일정을 잡는데 어려움을 실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黃長燁(황장엽)비서의 한국행에 대한 평양의 불만표시도 그 이유중의 하나일 것으로 보는 관측도 있다. 뉴욕외교가에서는 북한이 판을 깰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김정일(김정일)의 권력승계를 앞두고 국제사회의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는데다철수할경우 재회의 명분을 잡기가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상대가 북한이기 때문에어떤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전망도 나오고 있다. 〈뉴욕〓이규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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